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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을 기억나게 해주는 LP판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화별마 2023. 7. 8. 21:36

LP판 사진

추억을 기억나게 해주는 LP판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소설가 움베르토 에코는 무언가를 추억한다는 것도 곧 숨을 곳을 찾는 일이라고 말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 천천히 돌아가는 레코드판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들으면 알 수 없는 정감을 느끼는 것처럼...

 

레코드판이 긁히면 바늘이 홈을 넘지 못하고 같은 구절만 자꾸 되풀이되는 모습도 LP판에서만 느낄 수 있는 추억... 예전에는 몹시 귀찮았지만, 지금은 그런 엉성함이 인간적인 정이나 따뜻함을 느끼게 해 준다..

 

삶의 순간들은 계속해서 나타났다 사라지는 것을 반복하는데 왜 사람들은 오래된 레코드 판의 노래처럼 지나간 것들을 추억하는 걸까?

 

1948621, 미국 컬럼비아 레코드사가 비닐계 재질로 된 LP판을 개발, 마침내 LP 판의 시대를 열었다그 후 거의 반세기 동안 음악 감상의 대명사로 불린 LP는 가늘게 파인 홈을 따라 바늘이 긴 시간 동안 노래를 들려준다는 의미로 ‘Long Play’라는 이름이 붙었다.

 

종전에 유성기로 틀었던 SP(Standard Play) 판은 한 면에 수록한 노래를 5분도 안 되어 모두 들어 버렸지만 LP판은 지름 30cm인 레코드 한쪽 면을 다 들으려면 40분이나 걸린다.

 

원래 LP판은 1931년 미국의 RCA가 개발했지만, 재질이 기존 SP판과 마찬가지로 동물성 천연수지로 만들어져 잡음이 많아 제조를 중단했다이렇게 사라진 것을 컬럼비아 사의 연구원 윌리엄 바흐만과 피터 골드마트가 개량에 성공, 본격적으로 LP판 시대가 도래한 것...

 

바흐만은 제2차 세계대전 중 생산과 이용이 활성화된 새로운 고분자 물질 플라스틱에 주목했는데, 당시 레코드의 제조에 많이 쓰인 셸락보다 더 유연하고 가벼웠다. 특히 염화 비닐 수지(PVC)가 가장 적합하다는 것을 알아냈다.

 

하지만 LP판은 카세트테이프에 이어 등장한 CDMP3에 밀려 얼마 전에 음반 시장에서 밀려났지만, 최근에 다시 LP판을 찾는 마니아가 늘어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이런 현상은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이후 불기 시작한 우리 사회의 복고 문화의 한 단면으로 이제는 한 장에 100만 원이 훌쩍 넘는 것들도 있다니 LP판도 고가의 컬렉션 품목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