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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도다리, 가을 전어, 겨울 방어, 여름에는?

화별마 2023. 7. 20. 16:13
병어 사진

 

봄 도다리, 가을 전어, 겨울 방어, 여름에는?

 
여름철이 되면 비교적 흔한 생선인 병어가 귀하신 몸이 된다. 왜냐하면, 5~6월이 제철인 병어는 가격 대비 최고급 횟감으로 도미와 민어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고 전어보다 한참 윗길이기 때문이다.
 
흔히 ‘봄 도다리, 가을 전어’라고 하지만 ‘봄 도다리, 여름 병어, 가을 전어, 겨울 방어’라고 해야 제철고기 횟감의 계보가 제대로 정리된다.
 
병어는 맛이 달고 고소하며 비리지 않아 회를 싫어하는 사람도 잘 먹는데, 병어의 고소함은 지방에서 나오는 맛이다. 병어는 흰살생선이면서도 붉은 살 생선보다 지방질이 많다. 또 병어는 크기에 비해 살도 많고 부패가 빠른 피와 내장은 적어 죽은 후에도 선도가 오래간다.
 
병어의 지방 함량은 10.9%로 어류의 평균 지방 함량인 3%의 3배... 따라서 생선 지방 속에 함유된 DHA, EPA 함량도 다른 어류보다 월등히 많다.
 
잘 알려진 것처럼 DHA는 머리를 좋게 하고 EPA는 피를 맑게 하여 치매와 동맥경화, 당뇨병 예방에 효과가 있다. 또 병어에는 시력을 보호하고 면역력을 높여주는 비타민 A가 풍부하다.
 
하지만 병어는 물 위로 올라오자 죽기 때문에 활어로 유통시킬 수 없던 관계로 활어회를 선호하는 우리나라 사람에게 큰 인기가 없었다.
 
그러나 미식가들 사이에서 얼음 속에서 적당히 숙성된 선어가 더 깊은 맛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민어와 더불어 선어회로 인기가 높아졌다.
 
사실 병어는 중국에서 가장 좋아하는 생선이다. 특히 산둥성에서는 큰 병어를 기름에 살짝 지진 뒤 간장 소스에 은근하게 조린 ‘뚠팽커우위’가 연회에 반드시 등장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도 병어는 임금의 수라상에 오른 생선... 병어를 고추장으로 조린 ‘병어감정’을 고종과 순종에게 올렸다고 한 것을 보면 냉동 시설이 없던 당시에 쉽게 상하지 않는 병어가 궁중요리에 고급 식재료로 쓰였을 것이다.
 
병어는 잘 고르는 법... 은백색 비늘에 윤기가 흐르고 손가락으로 눌러서 살이 단단하면 상품이며 선도가 높은 병어는 약간 푸르스름한 빛을 띤다. 큰 것이 더 맛있으므로 작은 것 여러 마리보다 큰 것 한두 마리를 사는 게 낫다.
 
그리고 냉동 병어는 수분이 빠지지 않도록 비닐 랩으로 싸서 냉동실에 넣어두었다가 상온에서 천천히 해동시켜 참치회처럼 반 해동 상태로 썰어 먹으면 맛있다.
 
또 전골냄비에 감자와 양파, 풋고추를 넉넉히 깔고 고추장이나 간장을 부어 자작하게 졸여 먹어도 맛있으며 출산한 산모에게는 병어를 넣고 끓인 미역국은 일품 영양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