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뎀뿌라, 엉뚱한 이름이 붙은 일본의 튀김 음식.

화별마 2023. 7. 18. 07:14

 

튀김 이미지

뎀뿌라, 엉뚱한 이름이 붙은 일본의 튀김 음식.

 

일본 에도막부 시대의 초대 쇼군이었던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70살이 넘어서 생선튀김을 처음 맛보고 맛이 있어 자주 즐겨 먹었다고 전한다.

 

16162, 도쿠가와는 그날도 도미 튀김을 한 접시를 먹고 한 접시 더 먹고 싶다고 부하에게 말했다. 평소 도쿠가와는 담백한 음식을 적당히 먹었지만, 그날은 튀김의 색다른 맛에 빠져 자신도 모르게 과식을 했던 것...

 

결국, 과식이 문제를 일으켰는데, 기름진 튀김을 갑자기 많이 먹자 도쿠가와의 위장이 소화를 시키지 못하고 예민한 반응을 보인 것이다.

 

도쿠가와는 아픈 배를 움켜쥐고 뒹굴다가 위험한 상태에 빠졌지만, 급히 의사가 달려와 응급조치를 한 덕분에 일단 위기를 넘기면서 다행히 건강을 다시 회복했다.

 

하지만 노년의 나이에 겪은 위장 장애의 충격이 무척 컸던지 도쿠가와는 그해 6173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일반적으로 나이가 들면 기름진 음식을 소화하기 힘든데도 도쿠가와는 왜 생선튀김을 좋아하고 과식을 할 정도로 즐겨 먹었을까?

 

16세기 일본, 에도 시대 이전에는 튀김 음식이 매우 드물었다. 가끔 절에서 두부를 튀기는 정도였고, 일반 가정에서는 기름이 워낙 비싸서 음식을 튀겨 먹을 엄두조차 못 냈다..

 

그런데 1570년 일본이 나가사키 항구를 서양에 개방하면서 상황이 확 달라졌다. 포르투갈과 네덜란드 사람들이 몰려와 무역을 하고, 한편에서는 가톨릭 선교사들이 종교를 전파하면서 튀김 음식을 선보인 것...

 

선교사들은 일 년 사계절 중 각각 3일씩 단식하고 금욕하며 속죄하는 마음으로 특별히 기도하던 사계제일에 3일간 하나님 은혜에 감사하기 위해 생선과 새우를 밀가루를 입힌 후 풀어놓은 계란에 담갔다가 기름에 튀겨 먹었다.

 

이 요리 과정을 우연히 보게 된 어느 일본인이 그 음식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러자 선교사는 ‘콰투오르 템포라(Quatuor Tempora)’라고 대답했다.

 

선교사는 사계제일(四季齋日)’에 육식을 할 수 없어서 생선이나 새우를 튀겨 먹는다는 뜻으로 대답했던 것... ‘콰투오르는 라틴어로 4를 의미하고 템포라는 계절을 의미하므로 사계제일이 시작될 때 먹는 종교적 음식이란 얘기였다.

 

그러나 일본인들은 그 말을 음식 이름으로 알아듣고, 튀김을 가리켜 ‘뎀뿌라’라고 불렀다. 그 후 일본인들은 생선과 새우는 물론 각종 해산물과 채소를 튀김으로 만들어 먹었다.

 

당시는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만 뎀뿌라를 먹었지만, 18세기 중엽부터 튀김용 기름이 비교적 저렴해지자 길거리에서 뎀뿌라를 파는 노점상까지 생겨났다. 덕분에 서민들도 재료를 꼬챙이에 꽂아 튀긴 뎀뿌라를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이후 뎀뿌라는 일본을 대표하는 음식이 되었는데, 겉은 바삭하지만, 속에 있는 재료를 부드럽게 해주는 조리법으로 발전했다.

 

튀김은 재료를 밀가루에 묻힌 뒤 달걀로 옷을 입혀 높은 온도에서 빨리 익히는 기술이 중요하다. 그리고 튀김 음식을 처음 먹으면 고소하고 바삭한 맛 뒤에 부드러운 질감을 느낄 수 있어 강한 인상을 받는다.

 

도쿠가와가 과식하고 결국은 세상을 떠난 것도, 처음 먹어 본 그런 맛 때문이다. 오늘날은 뎀뿌라 자체만 즐기기도 하고 우동 위에 고명으로 얹어서 먹기도 합니다. ‘뎀뿌라’를 의미하는 우리말은 튀김이란 것을 꼭 기억하고 사용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