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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청거림, 한국인만의 독특한 유머 표현 수단.

화별마 2023. 12. 10. 10:04

능청거림 이미지

능청거림, 한국인만의 독특한 유머 표현 수단.

 

중국 원나라의 간섭을 받아오던 고려 시대에 귀족들 사이에서는 취미로 매사냥을 아주 즐겨해서 사냥에 필요한 매를 사육하는 응방이라는 관청까지 따로 있었을 정도였다.

 

이렇게 취미로 매사냥을 즐기는 귀족과 평민이 늘다 보니, 애지중지 길들인 매들을 자주 잃어버리기도 하고, 날아가서 돌아오지 않는 경우도 부지기수였다.

 

그래서 자신이 기르고 소유한 매의 꼬리에 주인의 이름을 새긴 쇠뿔 조각과 작은 방울이 달린 거위 털을 달아 각자 주인 표시를 해놓았는데 이것을 '시치미'라고 불렀다.

 

그런데 이 시치미를 뚝 떼어내면 누가 주인이고 누구 소유의 매인 지,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려 다른 사람의 매를 마치 자신의 매인 척하는 능청스러운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를 두고 '시치미를 뗀다'라고 표현했다.

 

이와 비슷한 표현으로 능청거린다는 말이 있는데, 이 말은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딴청을 부린다는 의미...

 

이 능청이라는 행위는, 한국 사람만의 독특한 유머의 표현 수단으로 그 행위가 밉다기보다는 서로가 따스한 정을 나누고 소원한 관계를 돈독히 하기 위한 웃음을 만들어 내는 활력소 역할을 한다.

 

어느 한적한 도로에서 운전하면서 옆에 앉은 애인의 손을 잡고 있는 것을 본 교통경찰이 차를 세울 것을 명령했다.

 

경찰 : 이보세요. 운전자 양반, 한 손으로 운전하면 위험하니 두 손으로 하세요!

운전자 : 그럼 운전은 어떻게 하지요? 경찰 : ?????

 

기본적인 상식으로 이야기하면, 옆에 앉은 애인의 손을 놓고 안전하게 두 손으로 운전하라는 말인데, 유머 감각 뛰어난 이 운전자는 애인의 손을 두 손으로 잡으라는 말로 알아들은 것처럼, 매우 애교스럽게 능청을 떨고 있는 것...

 

이렇듯 누구나 생각하는 기본적인 상식의 틈을 이용해 능청을 떨면, 한 박자 뒤에 모든 것을 이해한 사람들이 더 많은 웃음을 웃게 된다.

 

요즘처럼 힘든 세상을 살아갈 때, 때로는 이렇게 애교스러운 능청과 천연덕스러운 시치미가 필요한 경우가 있다.

 

오늘도 애교적인 능청과 천연스러운 시치미를 적당히 버무리며 고운 하루를 보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