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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질, 정말 도움이 안 되는 일일까?

화별마 2023. 12. 17. 12:41

삽질 이미지

삽질, 정말 도움이 안 되는 일일까?

 

사람들이 많이 쓰는 말 중에 삽질하다.’라는 말이 있는데, 이 말의 사전적 의미는 시간을 낭비하며 헛된 일을 한다는 것이다.

 

가장 빠른 길을 놓아두고 한참 멀리 돌아가는 길을 택하거나 결과와 전혀 상관없는 일에 시간을 허비할 때 쓰는 말로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결과를 내는 데 도움이 안 되는 전혀 쓸데없는 일을 삽질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과연 세상을 살면서 헛된 일이 있을까? 예를 들어 바람에 날아가 버리는 모래성을 쌓았다고 해서 쓸데없는 짓을 했다고 할 수 있을까?

 

모래성을 쌓아 본 사람만이 모래성을 잘 쌓는 데 필요한 모래와 수분의 양을 가늠할 수 있고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는 것처럼, 경험은 우리에게 주는 진짜 지식이다.

 

그렇다면 삶에서 삽질이 꼭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최상의 선택을 하기에는 경험과 자원이 너무 부족한 젊은이들에게 이런 삽질마저 없다면 어떻게 인생의 경험을 쌓을 수가 있을까?

 

어떤 사람은 가야 할 길을 걸어가기도 바쁜데 괜히 삽질했다가 손해 보는 일을 만들고 싶지 않다며 삽질을 손실 개념으로 본다.

 

심리학에서는 이런 경우를 손실 회피(Loss Aversion)’라고 부르는데, 똑같은 결과라도 획득한 가치보다 손실된 가치를 훨씬 더 크게 느끼는 것을 말한다.

 

사실 당장 눈앞의 결과와 상관없다고 해서 삽질을 손해로 생각하는 것은, 앞으로의 성장에도 지장을 줄 수 있다.

 

언젠가 전문가는 자기 주제에 관해 저지를 수 있는 모든 잘못을 이미 저지른 사람이라는 글귀를 본 적 있는데 그 말에 적극 동감한다.

 

지금 당장은 삽질이 손실로 보일 수가 있지만 삽질의 콘텐츠가 차곡차곡 쌓이면 어느 순간 그것이 성공을 이끄는 동력이 될 수도 있고 미처 몰랐던 자신을 발견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아직 한 평의 땅도 갖지 못한 청춘일수록 삽질은 꼭 해야 할 신성한 노동일지도 모른다.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잘 모르고, 잘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면 일단 무엇이든 해 보아야 어떤 해답이 나오지 않을까?

 

이것은 누구보다 더 잘하는 것 같은데, 이것은 잘 못하지만 그래도 재미있다 같은 결론... 그처럼 경험치가 쌓이다 보면 어느 순간 선택할 때 유리해질 수 있다.

 

삽질의 이런 좋은 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삽질만 안 했으면 더 빨리 취업에 성공했을 텐데 하며 삽질 경험을 저평가하거나 부인하는 것은 목표에 가장 빨리 도달할 수 있는 고속도로가 어딘가에 있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보고서를 작성하거나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하고 약속 장소를 찾아갈 때는 가장 빠르고 효율적인 방법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삶 전체를 놓고 보면 누구에게나 통용되는 효율적인 정답은 없다. 다만 각자가 원하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노력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삶의 노하우가 생기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