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학사전/경제 잡학

그레샴의 법칙, 왜 저질 제품이 판을 칠까?

화별마 2023. 11. 22. 17:54

그레샴의 법칙 이미지

그레샴의 법칙, 왜 저질 제품이 판을 칠까?

 

그레샴의 법칙은 영국의 금융업자이자 사업가였던 토머스 그레샴이 주장한 이론으로 흔히 악화(惡貨)가 양화(良貨)를 구축(驅逐)한다 혹은 내쫓는다라는 말...

 

그렇다면 악화는 무엇이고 양화는 무엇일까? 과거 영국에서는 귀금속인 금화와 은화가 화폐로 유통되었다.

 

그런데 경제가 나빠지면서 화폐에 들어가는 금이나 은의 함량을 줄여서 발행하자 너나 할 것 없이 이런 돈(악화)만 사용하고, 금이나 은의 함량이 높은 돈(양화)은 숨겨놓고 쓰지 않았다.

 

결국, 시중에는 점차 악화만 유통되고 양화는 사라지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말 그대로 악화가 양화를 내쫓은 셈이 되어 버렸다.

 

요즘도 이와 같은 법칙이 적용되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빳빳한 신권 지폐보다는 너덜너덜한 구권 지폐를 먼저 쓰는 것처럼...

 

5만 원권의 사례를 통해서도 그레셤의 법칙을 알 수 있다. 200910만 원 수표 발행 비용을 줄이고 거래의 편의를 도모한다는 목적으로 5만 원권 지폐가 발행되었다.

 

일반적으로 은행을 떠난 화폐 중 80%는 은행으로 되돌아오지만 5만 원권은 예외였다5만 원권의 환수율이 201425.8%에서 201867.4%로 크게 늘었지만, 100%에 가까운 1만 원권에 비하면 낮은 수치...

 

이렇게 환수율보다 5만 원권의 수요가 많다 보니 공급이 해마다 늘어서 20186월 기준 전체 화폐 발행액 110693억 원 중 5만 원권의 비중이 81.28%를 차지한다.

 

이렇게 많이 발행된 5만 원권은 모두 어디로 간 것일까2011년 한 마늘밭에서 5만 원권으로만 무려 110억 원의 현금이 발견되어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다.

 

발견된 돈은 불법 도박 수익금으로 5만 원권이 탈세나 뇌물, 범죄에 사용되기 때문에 환수율이 낮다는 세간의 소문을 확인해 주었다. 따라서 범죄나 세금회피라는 반사회적 요인(악화)5만 원권(양화)을 내쫓고 있는 셈이 되어 버린 것...

 

그레셤의 법칙은 원래 경제용어... 하지만 요즘은 품질이 좋은 제품 대신 저질 제품이 판을 치는 사회현상을 가리키기도 한다.

 

정품 소프트웨어보다 복사한 프로그램이 더 많이 유통되는 현상이나 기업 임원이 똑똑한 사람 대신 멍청하고 말 잘 듣는 사람을 키워서 똑똑한 사람이 조직을 떠나게 만드는 것이 그것이다.

 

또 석유를 주 무기로 삼는 막강한 석유 메이저 회사들이 전 세계의 석유 장악력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 친환경 자동차의 출현을 달갑지 않게 여기는 등이 모두 여기에 해당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