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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와 창녀, 허무한 사랑으로 마음이 먹먹했던 영화.

화별마 2023. 7. 10. 08:07

영화 고래와 창녀 이미지

고래와 창녀, 허무한 사랑으로 마음이 먹먹했던 영화.

 

사랑하는 남자와 진정한 자유를 느끼며 한 남자만을 사랑하고 세상 끝까지 가고 싶었던 로라... 그녀는 두려운 것이 없고 거리낄 것도 없는 생동감 넘치는 아름다운 아가씨다.

 

그녀는 사진작가인 에밀리오와 사랑에 빠져 즉흥적으로 그를 따라 아메리카 대륙의 최남단, 남극과 맞닿아 있는 파타고니아행 기차를 탄다.

 

1층 한쪽에 탱고 카페가 들어서 있고 2층에는 창녀들이 생활하는 허름한 호텔에 머물게 된 두 사람... 에밀리오가 반도네온 악사와 사창가의 여인들 그리고 파타고니아의 아름다운 풍경을 찍는 동안 로라는 자신의 본래 모습대로 자유분방하게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런 그녀의 자유분방함에 질려버린 남자... 결국, 그녀를 반도네온 연주가이자 마약에 중독된 눈먼 포주에게 팔아버리고 훌쩍 그곳을 떠난다.

 

남자가 떠나는 날, 그녀는 다리 사이에 반짝이는 전구를 달고 마지막 탱고를 춘다. 담배 연기가 자욱한 파타고니아의 선술집에서 반도네온 소리에 맞추어 전구-탱고를 추는 그녀...

 

사랑하는 남자에게 버림을 받은 그녀는 창녀로 전락, 점점 생기를 잃어 가는데, 때늦은 후회를 하며 에밀리오가 돌아오지만 이미 배신당한 사랑 앞에서 얼음처럼 차가워진 그녀...

 

나를 사는 것과 파는 것 중에 무엇이 더 나쁜지 모르겠어요. 당신이 나를 팔았기 때문에 창녀가 된 것이 아니야. 당신이 나를 창녀로 판 거지...’

 

그들의 뜨거웠던 사랑은 비극으로 끝이 나고 에밀리오는 죄책감으로 스페인 내전에 참가한다. 남자가 전쟁 사진과 함께 남긴 로라의 사진과 그녀에게 쓴 편지...

 

작가 베라는 우연히 스페인 내전에 참가한 아르헨티나 군인들의 사진첩에서 사진과 편지들을 발견, 아르헨티나로 가서 조사하려는 계획을 세운다.

 

그러나 그녀의 어머니처럼 유방암 진단을 받은 베라는 의욕을 잃고 모든 것을 정리하던 중, 같은 병실에 있는 할머니가 가지고 있던 사진이 낯설지 않음을 느끼는 장면으로 시작되는 이 영화...

 

허무한 사랑으로 보는 내내 마음이 먹먹했던 영화다. 우리는 모두 자신의 삶을 내걸만한 그런 사랑을 꿈꾸며 세상을 산다. 그리고 언젠가는 사랑이 변할 수도 상처를 줄 수도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도무지 알 수 없는 그 무엇에 이끌려 치명적인 사랑에 빠진다.

 

눈먼 포주 수와레즈의 말대로 정확하게 누를 곳을 눌러야 소리가 나는 반도네온이 로라의 육체를 의미한다면 갑자기 깊은 바다에서 해변으로 떠오른 상처 입은 검은 고래는 로라 영혼의 해방을 상징하는 은유적 장면일까? 인기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등장했던 그 고래처럼...

 

고래와 창녀는 아르헨티나와 스페인에서 제작된 루이스 푸엔조 감독의 2004년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