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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수 감독의 여행 영화, 사내들의 일탈 폭로전.

화별마 2023. 7. 13. 19:29

강원도의 힘 사진

홍상수 감독의 여행 영화, 사내들의 일탈 폭로전.

 

홍상수 감독이 연출한 여행 영화는 사내들이 여행지에서 꿈꾸는 로맨스와 일탈을 스크린에서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영화 강원도의 힘에서 사내 주인공은 설악산으로 놀러 가서 지나가는 여자들을 힐끗거리며 무언가 로맨스가 생기지 않을까 내심 기대한다.

 

이런 사내의 모습은 영화 생활의 발견의 주인공 경수가 춘천 소양호에서 혼자 놀러 온 듯한 젊은 여대생을 보며 호기심을 갖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재미있는 것은 홍상수 감독의 여행 영화에서 사내들이 택하는 로맨스는 결국 방석집에 가서 잡부들과 놀거나 성매매 여성과 하룻밤을 보내는 것... 나름 로맨스를 꿈꾸지만 결국 그들이 하는 일탈은 별 볼일이 없고 시시하기까지 하다.

 

영화 강원도의 힘의 한 장면... 여행 일행인 두 사람은 여자를 사서 숙소로 부른다. 그런데 한 사내의 여자는 몸매도 미끈하고 얼굴도 예쁘지만, 주인공 남자의 파트너는 영 아니어서 툴툴거린다. 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 장면은 여행지에서 행하는 일탈이 얼마나 우스운 것인지 알려준다.

 

더 재미있는 것은 이런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사내는 둘도 없이 가정적인 남편이자 훌륭한 아버지 노릇을 한다는 것... 아무 일도 아닌 듯 집으로 돌아온 사내는 다시 가장으로 돌아와 있다. 대문을 나서면 또 다른 애인과 만나고 여행지에 가면 로맨스를 꿈꾸지만, 집에서는 다른 사람이 된다.

 

김수용 감독의 영화 안개가 여행지에서 일탈을 아릿한 추억과 배반의 모멸감으로 그리고 있다면 홍상수 감독의 강원도의 힘은 그 일탈을 우스운 것으로 만들어 버린다.

 

그런데 영화 생활의 발견에서는 여행지에서 꿈꾸는 일탈이 가리키는 것이 무엇인지 극명하게 알려준다. 춘천에서 만난 여자 문숙은 먼저 경수를 유혹해서 하룻밤을 보내고 고백까지 한다하지만 경주에서 만난 여자 선영은 경수의 애를 태우다가 하룻밤을 허락하지만, 그 이상은 허락하지 않는다. 경수는 그 이상을 원하지만, 선영은 매몰차다.

 

경수는 춘천에서 자신에게 집착하는 문숙을 향해 미친년이라고 욕하며 떠났지만, 경주의 선영 역시 문숙의 모습과 다를 바가 없다.

 

친구가 좋아하는 여자가 나를 선택해서 유혹하고, 우연히 기차 옆자리에 앉은 미녀가 말을 걸어오는 일... 사실 이런 장면은 혼자 여행하는 사내들이 꿈꾸는 일탈의 전형이다. 거기에 더해 그녀가 하룻밤의 쾌락까지 허락한다면 남자가 꿈꾸던 여행의 일탈은 그야말로 환상이 되어 버린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홍상수 감독의 영화 생활의 발견은 여행에서 꿈꾸는 사내들의 유치한 욕망 폭로전이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쉽게 준 여자는 금방 잊어버리고, 애를 태우는 여자 옆에서 전전긍긍하는 모습 등등...

 

사내들은 영화 속 장면처럼 여행에서 로맨스를 꿈꾸지만 결국 그것은 로맨스가 아닌 스캔들이자 일탈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홍상수 감독의 여행 영화에서 날 것 그대로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