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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너드 코헨, 읊조리듯 노래 부르는 캐나다 음유시인.

화별마 2023. 7. 13. 06:50

레너드 코헨의 사진

레너드 코헨, 읊조리듯 노래 부르는 캐나다 음유시인.

 

중저음의 멋진 가수로 알려진 레너드 코헨은, 1934, 캐나다 퀘벡주의 유대계 가정에서 태어난 소설가이자 시인 그리고 가수...

 

그의 노래는 가을에 어울리는 우울한 분위기의 곡이 많은데, 담배 연기가 가득한 지하 어느 카페의 어두운 조명과 진한 분위기가 녹아있는 술잔, 그리고 색이 바랜 옷을 입은 사람들의 슬로우 모션 같은 풍경이 연상된다.

 

사실, 그의 노래를 들어보면 가창력이 있는 가수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낮고 느리게 깔리는 그의 노래는 길거리를 걸어 다니면서 편하게 흥얼거릴 수 있는 편안한 노래...

 

그런데 우리는 그의 노래를 좋아하고 특히 가을이면 그의 노래를 많이 찾아 듣는다. 그의 노래를 좋아하는 까닭은 무엇일까아마 자신만의 독특한 노래 색깔로 듣는 사람의 가슴을 흔드는 묘한 모노톤의 매력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는 영미권을 비롯 해외에서는 음유시인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으며 노랫말을 잘 쓰는 면에서는 밥 딜런과 양대산맥으로 꼽히는 전설적인 뮤지션... 캐나다 로큰롤 명예의 전당을 포함해서 미국 로큰롤 명예의 전당에도 헌액되어 있고그래미 평생공로상 수상자이기도 하다.

 

그의 대표적인 노래를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Suzanne’

그의 출발은 그의 시집에 수록된 시를 노랫말로 만든 데뷔 싱글 ‘Suzanne’... 이 노래는 시집이 발간되던 해에 발표된 포크 가수 주디 콜린스의 노래로 먼저 알려졌고, 코헨의 노래는 이듬해에 발표된다이 노래에 등장하는 ‘Suzanne’1960년대 초반, 그와 깊은 정신적 교감을 나눴던 미모의 무용수 수잔 베르달 수잔과의 추억, 그를 향한 은근한 연정과 함께 종교적 사유까지 담겨있지만, 노래와는 달리 그는 수잔을 두 번밖에 보지 못했다고...

 

 

‘So Long, Marianne’

사실, 레너드 코헨이 가장 사랑했던 여인은 마리앤 일렌... 그의 앨범에는 수잔과 마리앤이 모두 등장하지만, 노래 ‘So long, Marianne’ 속의 마리앤은 사랑하면서도 이별을 해야 하는 아쉬움을 나타낸 러브 송... 마리앤을 만난 이드라 섬에서 시집을 발간하고, 그녀에게 바친 레너드 코헨... 지독하게 사랑했던 과거의 연인이 먼저 세상을 떠나자 그는 마지막 편지를 보낸다.

 

 

‘Sisters Of Mercy’

유대교의 사제 집안에서 태어난 코헨에게 종교는 인생의 화두였는데, 신성과 속세를 분리할 수 없는 하나의 세계로 바라본 그는, 세속적인 이야기를 하기 위해 노래에 종교적 모티프를 이용했다.  그가 눈보라로 고립되었던 어느 호텔에서 만난 두 여인에게 바치는 이 노래... ‘Sisters of mercy’는 여인의 아름다움을 종교적 모티프로 은유한 작품이다.

 

 

‘Seems So Long Ago Nancy’

낸시는 노란 스타킹을 신었고 모든 이와 잠을 잤지. 그녀는 외로웠지만 우리를 기다리지는 않았다고 말했어.’라고 부르는 이 노래는 그가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분명하지 않지만지저분한 인간의 욕망과 어느 창녀에 대한 연민을 동정도, 분노도 아닌 흐릿한 경계선에서 음유시인답게 모호한 분위기로 전달한다.

 

 

‘Bird On The Wire’

그의 대표곡 ‘Bird On The Wire’는 우리나라에서 그의 애청곡 1... 그리스의 히드라 섬에서 동거하던 연인 마리앤은 레너드 코헨의 우울증 치료를 위해 계속 그에게 기타 연주를 권유했는데그때 창문 넘어 전선 위에 앉아있는 새를 본 코헨이 바로 이 곡을 작곡했다고 전한다. 하늘을 날고 있는 새는 자유의 상징이지만, 날아가지 못하고 전선 위에 앉아있는 새는 더는 자유의 상징이 아님을 비유했다.

 

 

‘Famous Blue Raincoat’

묵직하고도 간결한 레너드 코헨의 노래는 시와 같았고 시는 누군가에게 전해지기 위해 존재하는데, 이 노래가  바로 편지 형식을 취하고 있다이 노래 전반에 흐르는 건조한 보컬에서 느껴지는 음울한 분위기는 자신의 연인을 뺏은 킬러에게 보내는 송가다. 한 여자와 삼각관계 속에서 어느 사내에게 보내는 노래지만, 편지 수신자에 대한 상상이 가능한 노래...

 


‘Chelsea Hotel’
뉴욕 맨하튼에 위치한 첼시 호텔은 밥 딜런과 지미 헨드릭스 등 많은 뮤지션의 흔적이 남아있는 곳으로 411호에 있었던 재니스 조플린과 424호에 머물렀던 코헨이 함께했던 하룻밤의 풍경을 ‘Chelsea Hotel’이라는 노래에 담아냈다1994 그는 BBC 방송에서 노래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밝힌 자신의 경솔함에 대해 반성하며 그녀의 영혼에게 사과할 방법이 있다면 당장 사과하고 싶다고 말했다. 비록 이 노래는 영원을 읊조리는 사랑 노래는 아니지만, 그들이 나눈 대화, ‘상관없어. 우리는 못생겼지만, 우리에겐 음악이 있잖아.’라는 명언을 남겼다.

 

 

‘Hallelujah’

1979년 이후 5, 긴 칩거를 마치고 돌아온 코헨의 음악은 한층 단단해져 목소리는 더 낮아지고 울림은 깊어졌다이때 어쿠스틱 기타로 노래하던 그가 신시사이저와 접목으로 자신의 팝 스테디셀러를 탄생시킨 노래가 바로 ‘Hallelujah’... 낮게 가라앉는 목소리가 성가대의 합창을 연상시키는 후렴구와 대비되면서 신성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80번이 넘게 노랫말을 고쳐 썼을 만큼 고심한 끝에 완성한 가사는 절망한 다윗 왕의 입을 빌려 좌절과 구원을 노래한다.

 

 

‘I’m Your Man’

1980년대를 들어서면서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한 코헨은 포크 음악에서 벗어나 다양한 악기들을 사용해서 1988, ‘I’m Your Man’이라는 신스팝을 발표한다간드러진 신시사이저와 중저음 보컬의 멋진 어울림을 보여주는 이 노래는 누군가를 향한 헌신을 구체적으로 말해준다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은 이 노래는, 레너드 코헨의 애청곡 0순위로 이 곡을 들으며 우리는 1988년과 89년을 보냈다. 

 

그는 82세의 고령에도, 한 세대 아래인 싱어송라이터인 샤론 로빈슨이나 웹 시스터즈 등과 함께 월드 투어를 했고20161021일에는 새 앨범을 발표하며 노익장을 과시했지만, 2016117, 세상을 떠났다.

 

그의 노래를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한 사람은 기독교방송 DJ였던 최경식 씨...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그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가수는 김민기... 그의 노래 아침 이슬에서 읆조리는 창법은 코헨을 많이 닮아있다.

 

가을이 점점 깊어 갈수록 저절로 찾아 듣는 레나드 코헨의 노래들... 올가을에도 어김없이 그의 노래를 들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