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학사전/심리 잡학

직지심경, 적은 우리의 내부에 있다.

화별마 2023. 7. 5. 12:18

직지 사진

직지심경, 적은 우리의 내부에 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인 직지심경은 선을 깨닫는데 필요한 역대 고승들의 어록을 수록한 ‘불조직지심체요절’ 가운데서 중요한 대목만 뽑아서 정리한 책이다.

 

이 책을 저술한 사람은 고려 시대 백운 화상으로 알려져 있는데, 13776, 청주 흥덕사에서 인쇄되었다. 이는 독일의 구텐베르크 금속활자보다 약 70여 년이 앞선 것으로 안타깝게도 그 하권만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보관 중...

 

아래의 이야기는 그 직지심경에 들어있는 이야기...

 

불은 나무에서 생겨났지만, 오히려 나무를 불태운다. 사람들은 처음 나무에 막대를 비벼 불을 얻었다. 나무에서 불을 얻었으나 불이 꺼지지 않도록 나무를 꺾어 계속 불에 얹었고, 그 불로 몸을 덥히고 음식을 익혀 먹었다.

 

나무의 입장에서 보면, 나무에서 불이 생겼으나 그 불 때문에 나무들이 땔감이 되고 수없이 불태워지게 된 것이다.

 

녹은 쇠에서 생겨나 쇠를 갉아먹는다. 쇠로 만들어진 것은 비길 데 없이 단단하지만, 쇠를 못 쓰게 만드는 것은 결국 쇠 자신에게서 생겨난다. 쇠로 만든 연모는 모든 것을 베고 쓰러뜨리고 갈아엎지만, 그 자신은 정작 그의 내부에서 생긴 녹 때문에 스러지고 만다.

 

우리 자신을 무너뜨리는 것도 결국은 자신의 내부에서 생겨난다. 외부의 자극과 시련에는 꿈쩍하지 않고 버티며 살다가도, 내부에서 나를 녹슬게 만드는 것에 의해 쉽게 무너진다. 이렇게 외부의 적보다 더 무서운 것은, 언제나 우리의 내부에 있다.

 

사람들은 어떤 일이 좋아 시작한다. 그 일을 하며 기뻐하고, 삶의 기쁨과 보람도 거기서 느끼지만, 내가 좋아서 시작한 그 일 때문에, 나중에는 괴로워하고 번뇌하기도 한다.

 

사람마다 자신의 몸에서 자신하는 곳이 있지만, 자신의 몸에서 가장 자랑스러워하던 부분이 나이 들면 제일 먼저 고장 나고 병들게 된다는 사실...

 

사슴이 다른 짐승보다 더 멋있어 보이는 것은 화려하고 아름다운 뿔을 가졌기 때문이지만, 도망가야 할 때, 넝쿨과 나뭇가지에 가장 먼저 걸리는 것 또한 그 뿔이라는 것을 사슴은 알고 있을까? 사람들이 그 뿔 때문에 추적을 멈추지 않는다는 것도...

 

어떤 이는 명예를 얻고자 갖은 고초를 다 겪지만, 명예를 얻고 나면 그 명예 때문에 늘 가파른 벼랑 끝에 서 있어야 한다살아가는데 부가 가장 전지전능한 것 같아, 돈을 벌기 위해 발버둥 치다 돈 때문에 군데군데 벌겋게 녹슬어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쓸쓸해하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우리는 인생을 고통의 바다라고 부른다. 그 고통의 바다를 지금, 누가 만들고 있는지 스스로 살펴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