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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은행의 임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

화별마 2023. 10. 2. 20:30

한국은행 사진

중앙은행의 임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

 

커피숍 오피스족은 커피 한 잔을 시켜 놓고 서너 시간씩 책을 읽거나 과제물을 하거나 노트북을 보는 사람들을 말하는데, 커피숍을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계륵과 같은 존재다.

 

왜냐하면, 이런 손님들은 대개 아침 일찍 또는 밤늦게 손님이 뜸한 시간대에 커피숍을 찾아와서 커피숍에 생기를 불어넣고 커피숍을 사무실처럼 사용하며 단골 고객으로 커피 매출을 올려 주기 때문이고...

 

손님들이 많아지는 점심시간 전후나 오후 시간 등 이른바 커피숍 대목 시간에도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있는 바람에 자리가 없어 손님이 되돌아가기 때문이다.

 

그런 계륵과 같은 일을 겪은 후 어느 커피숍 사장이 기발한 아이디어를 냈는데, 그것은 커피숍에 손님들이 붐비기 시작하기 30분쯤 전부터 여름이면 냉방 장치를, 겨울이면 온풍기를 조용히 끄는 것...

 

그러면 오피스족 손님은 주섬주섬 짐을 챙겨 떠나는데, 냉방기나 온풍기를 일부러 끈 것을 모르는 손님은 주인에게 항의도 하지 않는다고...

 

그냥 왠지 땀이 나서 또는 왠지 으슬으슬하다고 느끼고 스스로 자리를 떠나는 것 같다는 것이 아이디어를 낸 사장의 말이다.

 

각 나라의 중앙은행들이 하는 고민도 이런 커피숍 주인의 고민과 비슷한데, 우리나라의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의 역할을 요약하면 딱 한 가지...

 

그것은 경제가 잘 돌아가도록 분위기를 만드는 것으로 경기가 너무 뜨거우면 자연스럽게 식히고 경기가 너무 식었다 싶으면 자연스럽게 활성화시키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핵심은 자연스럽게’... 강제적으로 경기를 활성화시키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손님 보고 나가라고 하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손님이 자리에서 일어나게 만드는 것처럼,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돈을 쓰도록 또는 자연스럽게 소비를 줄이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앙은행들의 주된 임무이자 관심사이고 고민이다.

 

그런데 왜 사람들이 어떤 시기에는 돈을 쉽게 쓰면서도 또 어떤 시기에는 지갑을 닫을까? 이 질문은 어떤 때는 경기가 좋고 어떤 때는 경기가 나쁜가? 라는 질문과 같다.

 

결론을 말하면 그 해답은 그것은 오로지 사람들의 마음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왠지 모르지만, 돈을 막 써도 될 것 같고 여기저기 투자를 해도 될 것 같은 느낌이 사람들 마음속에 있다면 그때는 경기가 좋다는 것이다.

 

반대로 왠지 모르겠지만 돈을 쓰지 말고 모아 두어야 하겠다거나 투자를 좀 미루고 일단 지켜보겠다는 생각이 사람들의 머릿속에 있다면 그때는 경기가 나쁘다는 것이다.

 

사실 돈을 안 쓰겠다는, 소비나 투자를 안 하겠다는 사람들에게 강제로 돈을 쓰도록 하는 방법은 없다.

 

또 반대로 돈을 쓰겠다는 사람을, 내가 지금 저기에 투자하면 돈을 벌 수 있을 것 같다는 사람에게 억지로 투자 못하게 막을 방법도 없다.

 

이럴 때 중앙은행이 할 수 있는 일은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돈을 쓰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 또는 자연스럽게 돈을 덜 쓰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뿐인데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마치 커피숍의 냉방기를 조용히 꺼서 손님들이 자발적으로 자리를 뜨게 만드는 것처럼 정교하고 영리한 정책이 필요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