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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의 투명성과 정확성은 경제에 좋기만 할까?

화별마 2023. 9. 28.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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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의 투명성과 정확성은 경제에 좋기만 할까?

 

대부업체를 이용해 돈을 빌리는 사람들은 대개 연 30% 이상의 고금리지만 대부분 빌린 돈의 원금과 이자를 제때 잘 갚는다.

 

그런데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렸다가 잘 갚은 사람은 괜히 더 높은 이자를 부담한 셈이 된다또 그 이자를 내느라고 다른 중요한 소비 활동을 하지 못했다면, 괜히 높게 적용된 이자가 경제 활동의 짐이 된 것이다.

 

만일 돈을 떼어먹지 않는다는 정보가 대부업체에서 정확히 알 수 있다면 대부업체는 연 10% 정도의 낮은 이자를 적용했을 것이다.

 

이렇게 대부업체 입장에서도 답답하긴 마찬가지... 이 사람이 돈을 떼어먹지 않을 것이라는 정보가 있었다면 더 싼 이자를 제시해서 더 많은 대출을 받도록 할 수 있었지만, 정보 부족으로 인한 불안감에 그런 과감한 경제 활동을 하지 못했다.

 

대개 대부업체를 찾는 소비자 10명 중 1~2명 정도가 돈을 갚지 않는데, 대부업체 입장에서는 그 1~2명이 누구일지 모르기 때문에 돈을 빌리러 오는 모든 이들에게 과도한 이자를 부과해서 위험을 분산시키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보를 보다 투명하고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이 모두 좋은 것일까?

 

결론은 반드시 그렇지 않다. 대부업체를 찾는 소비자들 10명 가운데 2명은 돈을 갚지 않는다는 점 때문에 연 10% 정도 이자만 내도 될 8명은 연 30%에 가까운 이자를 낸다.

 

이것을 바꾸어 말하면 그런 정보가 없었던 덕분에 그 어디에서도 돈을 빌리지 못할 2명도 돈을 빌릴 수 있다.

 

돈을 빌리는 사람에 대한 정보가 정확하고 투명했다면 대부업체와 8명의 신용 있는 소비자는 더 활발한 경제 활동을 했겠지만, 2명은 어디서도 돈을 빌리지 못하고 도태되었을 것이다.

 

이렇게 도태될 뻔한, 다른 시각에서 보면 도태되어야 마땅할 2명을 살리기 위해 8명이 덜 활발하고 비효율적인 경제 활동을 감수한 것이다.

 

만약 어떤 은행이 아주 훌륭한 신용 정보 시스템을 만들어 돈을 갚을 만한 사람과 그렇지 않을 사람을 미리 구분해서 그것을 근거로 돈을 갚을 만한 사람에게는 연 10%의 금리로 돈을 빌려주는 대출 상품을 만들었다고 해 보자.

 

금융 당국은 이 대출 상품을 허가하고 권장하는 것이 옳을까? 만약 이런 대출 상품을 대부업체가 아닌 은행에서 취급한다면 어쩔 수 없이 대부업체를 찾았던 신용도 높은 8명은 모두 은행으로 향할 것이다.

 

하지만 어떤 사회는 신용이 낮은 2명을 살리기 위해 비효율적이고 불투명한 신용 정보 구조를 그대로 유지하기도 한다.

 

반대로 신용이 낮은 2명의 생계는 정부가 보호하고 나머지 조직은 효율적으로 움직이게 하는 것을 선택할 수도 있다.

 

논란이 되었던 동네 빵집 문제나 전통 시장 보호를 위한 대형 마트의 휴무제 등은 첫 번째 방식을 선택한 결과다.

 

어느 쪽이 더 나은 결정인지는 가치관에 따라 다르지만, 정보의 원활하고 투명한 공개는 사회 전체적으로 항상 선택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