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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장면, 우리나라에만 있는 중국 음식.

화별마 2023. 9. 13. 17:26

자장면 사진

자장면, 우리나라에만 있는 중국 음식.

 

자장면은 중국 음식인 작장면(炸醬麵)’을 우리말로 표현한 것이다. ‘()을 볶아() 얹어 먹는 국수()’라는 뜻...

 

그러나 중국의 산둥 지방에서 먹던 작장면은 국수를 차가운 물에 헹군 후 그 위에 중국 된장을 얹어 비벼 먹는 음식이고 한국의 자장면은 막 삶아낸 뜨끈한 국수 위에 단맛이 나는 걸쭉한 소스를 부어 비벼 먹는 음식이다.

 

이렇게 자장면은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개발한 춘장으로 만들어졌는데, 윤기가 나고 단맛이 나는 까닭은 중국 된장 미옌장(甛麵醬)에 캐러멜 소스와 물기가 적절히 혼합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자장면이 탄생하게 된 배경에는 슬픈 우리 근대화 역사의 그림자가 자리 잡고 있다.

 

조선과 일본이 근대적 조약을 맺고 조선의 문호가 열리자 아편 전쟁 이후 서양 제국에게 각종 이권과 조차권을 빼앗겼던 청나라는 조선마저 일본이 빼앗을까 위기감을 느낀다.

 

이런 시기에 1882년에 일어난 임오군란은 청나라가 다시 예전의 모습을 되찾게 해 준 사건으로 임오군란은 구식 군인들이 신식 군대인 별기군과의 차별대우에 불만을 품고 일으킨 난...

 

당시 구식 군인들은 무려 13개월간의 급료가 체불되어 있었는데, 대원군이 하야하고 민씨 일파가 들어선 지 10년이 채 지나지 않아 국가 재정이 고갈되었기 때문이다.

 

재정이 고갈된 것은 고종과 왕비 민 씨의 사치 그리고 매관매직을 일삼았던 민씨 가문의 부정부패가 원인이었다.

 

임오군란 당시 청의 우창칭 제독이 조선으로 올 때 함선에는 40여 명의 청국 상인들도 타고 있었는데, 이들이 조선에 상륙하면서 한국 화교의 역사가 시작된다.

 

청나라는 조선의 내정에 간섭하며 자신들이 서양 열강에게 당한 그 수법 그대로 제물포 5천 평을 청의 조차지로 확보한다.

 

이후 그곳으로 청나라 사람들이 밀려오면서 제물포 지역에 상점을 오픈, 본국에서 먹던 대로 작장면을 만들어 먹고 팔기도 한다.


그러다가 공화춘이라는 중국 음식점은 그때까지의 작장면과는 맛이 전혀 다른 자장면을 처음 선보인다.

1948년 공화춘의 화교 요리사 왕송산 씨가 미옌장(甛麵醬)에 카라멜 소스를 넣어 한국인 입맛에 맞는 춘장을 개발해 낸 것... 이 춘장을 수타로 뽑아낸 쫄깃쫄깃하고 뜨끈뜨끈한 국수에 부어 먹은 것이 바로 자장면이다.

 

중국의 작장면을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재탄생시킨 자장면은 입소문을 타고 사람들에게 알려졌고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특히 정부에서 1960년대~1970년대까지 분식 장려 운동을 펼치면서 자장면은 한국인에게 가장 인기 있는 음식이 된다.


그러나 공화춘은 1980년대 들어 화교의 재산권을 제한한 정부 정책의 영향으로 내리막길을 걷다가 1983년 폐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