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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파육(東坡肉), 백성들이 소동파에게 바친 돼지고기.

화별마 2023. 9. 14. 13:19

동파육 사진

동파육(東坡肉), 백성들이 소동파에게 바친 돼지고기.

 

정통 중국 음식점에는 동파육(東坡肉)이라는 메뉴가 있는데, 이 이름 대신 홍소육(紅燒肉) 또는 우리말로 삼겹살찜으로도 부르지만, 모두 같은 음식이다.

 

동파육은 중국 저장성(浙江省) 항저우의 전통 요리로 돼지고기의 삼겹살을 사오싱 지방의 명주 사오싱 주를 넣고 삶은 후 대파와 간장, 설탕 등을 넣고 약한 불로 오래오래 조려서 만든 음식...

 

이 음식은 고기가 붉은빛이 돌면서 익었지만 흩어지지 않고 먹으면 입에 감칠맛이 돌면서 돼지고기 특유의 느끼한 맛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그리고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동파육은 소동파의 공덕을 기리기 위해 이름이 붙여진 음식이다.

 

송나라 최고의 시인으로 적벽부(赤壁賦)를 지어 유명한 소동파는 시인이자 정치가였고 중국 역사상 손에 꼽는 미식가다.

 

본명이 소식(蘇軾)인 소동파는 송나라 신종(神宗) 때 장쑤성(江蘇省) 쉬저우(徐州) 지사로 부임했는데, 그해 여름 대홍수가 났다.

 

그는 군졸과 백성을 이끌고 70여 일 밤낮을 가리지 않고 제방을 쌓아 쉬저우가 물에 잠기는 것을 막았다.

 

마침내 홍수가 지나가자 백성들이 기뻐서 돼지를 잡아 쉬저우를 구한 소동파에게 갖다 바쳤는데, 그는 이를 집안에서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방법대로 요리해서 백성들과 함께 나눠 먹었다고...

 

백성들은 소동파가 요리한 돼지고기를 보고 갖다 바친 고기를 다시 되돌려주었다며 회증육(回贈肉)’이라 불렀다.

 

그 후 소동파는 항저우 부사로 좌천되어 그곳에서 황무지를 개간해서 살며 스스로 자신을 동파거사(東坡居士)라 불러서 그때부터 그를 동파라고 부르게 된 것...

 

그는 송나라 철종(哲宗) 때 다시 벼슬을 얻어 저장성 성도인 항저우 지사로 부임했는데, 이곳에서도 물난리가 나서 태호(太湖)가 범람 위기에 처한다그는 백성들을 동원해서 태호의 물줄기인 서호(西湖)에 제방을 쌓고 준설을 해서 홍수를 막는다.

 

그러자 소동파가 돼지고기를 좋아한다는 말을 들은 백성들이 쉬저우에서와 마찬가지로 돼지고기와 술을 갖고 와서 고마움을 표했다.

 

소동파는 그 돼지고기를 삶아 공사에 참여했던 백성들과 함께 나눠 먹으며 요리 이름을 동파육이라 지었다. 그래서 동파육이 장쑤성 쉬저우에서 처음 만들어졌지만, 지금은 절강성 항저우의 유명한 음식으로 알려지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