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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고등어, 진상품보다 서민 반찬으로 사랑받은 생선.

화별마 2023. 9. 7. 10:19

간고등어 사진

간고등어, 진상품보다 서민 반찬으로 사랑받은 생선.

 

고등어(高登魚)’는 등이 언덕같이 둥글게 부풀어 있는 모양을 하고 있어서 그렇게 불렀다고 전한다.

 

또 조선 성종 때 편찬된 동국여지승람을 보면 고등어를 ‘고도어(古刀魚)’라고 기록해 놓았는데, 이 표현은 옛날 칼 모양을 닮았다는 의미...

 

그런가 하면 정약용의 형님 정약전이 흑산도에서 유배 생활 중 저술한 자산어보에는 벽문어(碧紋魚)’라고 표기하고 있는데, 이것은 고등어의 등에 푸른 무늬가 있는 것을 보고 붙여진 이름이다.

 

고등어의 맛이 가장 좋을 때는 9~11... 그래서 가을 배와 고등어는 며느리에게 주지 않는다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그리고 고등어는 우리나라 바다에서 흔하게 잡히는 어종으로 낚싯대를 내려놓으면 줄줄이 걸려들어 잡기가 쉬웠다그러나 잡히자마자 죽어 버리는 성질과 곧바로 부패하는 바람에 보관이 큰 문제였다.

 

그런 문제 때문에 안동지방의 간잽이들에 의해 소금에 절이는 간고등어가 개발되기 전까지는 말린 형태의 건 고등어가 널리 유통되었지만, 맛이 없고 딱딱했다.

 

그래서 승정원일기영조 원년 17241020일의 기록을 보면 영의정 이광좌가 쓸데없는 건 고등어를 진상 품목에서 빼자고 주청하기도 했다.

 

영조 때까지 실록이나 승정원일기등에 간고등어에 대한 기록이 나타나지 않는 것을 보면 안동지방의 간고등어는 19세기 이후에 생겨난 것으로 추정된다현재 대한민국 명인 제147호인 안동 간고등어 이동삼 명인의 경력이 50년 된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교통이 발달하기 전, 동해안에서 잡아 올린 고등어는 약 하루가 지난 시간에야 내륙의 안동지방에 도착할 수 있었다.

 

안동에서 해산물을 공급받은 곳은 영덕의 강구항... 새벽에 잡아들인 고등어는 달구지에 실려 하루 꼬박 걸려 안동의 임동면 챗거리 장터에 도착했다.

 

안동장까지는 10리가 남아 있는 거리라 간잽이들이 여기에서 고등어의 내장을 발라내고 왕소금을 뿌렸는데, 이것을 얼추 간을 한다고 해서 얼간잽이라고 했다.

 

그런데 고등어는 부패하기 직전 효소를 뿜어내는데, 이 효소가 소금과 적절히 어우러져 안동장까지 가는 동안 고등어의 수분도 적당히 빠지고 햇볕과 바람에 자연 숙성되면서 맛 좋은 안동 간고등어가 만들어진다.

 

간고등어를 그냥 먹어도 맛이 있지만, 가마솥에 쪄서 갖은 양념을 한 간고등어 찜과 묵은지를 넣고 조리는 묵은지 조림도 서민 음식으로 사랑을 받았다.

 

한편 1980년대 부산의 남포동 뒷골목에서는 막 잡아 올린 고등어를 연탄불에 맛있게 구워내는 집들이 늘어서 있었는데, 이것이 고갈비라고 불리면서 막걸리와 함께 주머니가 가벼웠던 서민들의 맛있는 안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