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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스키 알코올 도수, 40도가 된 이유는?

화별마 2023. 12. 12. 11:10

위스키 이미지

위스키 알코올 도수, 40도가 된 이유는?

 

스카치위스키의 가장 큰 특징은 3년 이상 숙성한다는 것... 당연히 당화와 발효, 증류까지 스코틀랜드에서 마쳐야 한다.

 

17~19세기 초, 스코틀랜드 하이랜드 지방 양조업자들은 세금 부과를 피해 동굴에 술을 숨겼는데, 수년이 지난 후 오크통에서 숙성된 술의 맛과 향이 훨씬 더 좋아진 것을 알게 된다.

 

그런데 스카치위스키가 3년 숙성이라는 기준이 생긴 것은 이런 배경과는 무관하게 술을 끔찍하게 싫어했던 당시 재무대신 데이비드 로이드 조지 덕분이다그는 영국의 복지 국가 기틀을 마련한 인물로 높은 평가를 받는데, 젊은 시절부터 금주법에 찬성했다.

 

그리고 1914년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독일 잠수함보다 위스키가 더 국민에게 해를 끼친다며 모든 위스키를 제조 후 3년간 팔지 못하도록 법을 만든다.

 

특히 주말에 술을 마시면 차주의 노동 생산성이 떨어진다고 주장했던 그는 금주를 통해 노동 생산성의 효율을 높이겠다는 것이 목적이었고, 최종적으로 술 자체를 영원히 없애고 싶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정책은 오히려 위스키 산업의 성장을 도와주었는데, 모든 스카치위스키를 3년 동안 오크 통 속에 묵힌 탓에 품질이 상향 평준화되어 버린 것...

 

숙성을 통해 수분과 알코올이 회합하며 맛이 부드러워졌고, 알코올이 증발되면서 본연의 맛이 응축, 진하고 부드러운 숙성 위스키가 탄생한 것이다.

 

그래서 3년을 저장해야 한다는 법 하나로 스코틀랜드의 위스키는 여타 증류주 등과 다른 특급 프리미엄 라인을 구축할 수 있게 된다.

 

현재 우리가 즐기는 위스키를 보면 알코올 도수 40도가 가장 많다. 일부 위스키는 50도가 넘는 스페셜 버전도 있지만, 발렌타인, 조니 워커, 시바스 리갈, 윈저, 로열 샬루트 등 대중적인 위스키는 대부분 40도다.

 

이렇게 된 것도 데이비드 로이드 조지의 영향인데, 그는 당시 위스키의 알코올 도수가 44.6~48.6도 였지만, 이를 낮추려고 했다1915, 그는 일단 35도로 낮추어 판매할 수 있도록 법을 변경하고, 이후 최대 28도까지 낮추는 추가 법도 만든다.

 

이렇게 도수를 낮추려고 한 이유는 원가 절감... 위스키의 원료는 맥아와 곡물로 도수를 낮추면 물을 많이 넣을 수 있고 이를 통해 원가 및 원료 비율을 낮춰 남는 재료를 군수품으로 이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위스키 업체들은 도수를 낮추면 위스키가 되지 않고 맛과 향도 확 줄어든다고 주장한다.

 

사실 40이라는 숫자는 서양 역사와 문화에서 중요한 숫자... 노아의 홍수 때 40일 동안 비가 내렸고, 유대인이 이집트를 탈출한 이후 40년을 광야에서 헤맸으며 모세와 예수 역시 40일 동안 단식하며 기도했다.

 

여기에 다윗 왕과 솔로몬 왕의 재위 기간도 40년이었고 알리바바와 40인의 도둑에 등장하는 40이라는 숫자를 보면 단순히 기독교적 사상만은 아닌 듯...

 

또 중세 시대 흑사병이 창궐했을 때, 흑해나 오스만 제국 등에서 베네치아로 배가 들어오면 방역 조치로 40일간 부두에 머무르도록 조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