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학사전/음식 잡학

순창 고추장, 어떻게 해서 유명해졌을까?

화별마 2023. 11. 16. 15:26

순창 고추장 사진

순창 고추장, 어떻게 해서 유명해졌을까?

 

무학대사가 순창군 구림면의 만일사를 찾아가다가 어느 농가에 들러 점심을 맛있게 얻어먹었다.

 

그 집에서 내온 장맛이 얼마나 좋았던지 조선이 건국된 뒤 순창 고추장을 특산품으로 진상하도록 주청, 이후 순창 고추장은 임금님이 드시는 고추장으로 소문이 나면서 유명해졌다는 일화가 전한다.

 

이렇게 순창 고추장이 유명해진 사연이 고려 말 이성계의 스승 무학대사가 이성계의 등극을 기원하며 만일 동안 기도를 했다는 만일사 비석 내용에 들어있다.

 

하지만 고추가 들어온 것은 임진왜란 이후고 고추장을 만들기 시작한 것은 18세기 이후이므로 조선이 건국될 때 순창 고추장을 진상품으로 올렸다는 것은 맞지 않는다.

 

다만 이런 전승을 통해 순창 고추장의 전통이 조선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갈 정도로 오래되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리라.

 

사실 순창 고추장이 소문이 날 정도로 빛깔이 아름답고 맛이 일품인 것은 우연이 아니고 순창이라는 지역적 특성이 고추장을 담그기에 천혜의 자연조건을 가지고 있기 때문...


순창에는 섬진강의 맑은 물이 흐를 뿐만 아니라 강천산에 둘러싸인 분지형 기온이 고추장 발효에 적합해서 미생물을 최고 수준으로 성장시켜 준다.


연평균 기온이 13.5도이며 습도가 평균 약 73%이고 안개가 끼는 날이 연간 77일로 이러한 자연조건은 고추장을 만들 때 꼭 필요한 메주에 피어나는 곰팡이의 작용을 활발하게 해 준다고...

 

이뿐만 아니라 단백질과 전분을 분해시켜 주는 프로테아제와 아밀라제를 풍부하게 생성해서 유리당과 아미노산의 함량을 증가시켜 순창 고추장만의 독특한 향과 맛을 만들어 낸다.

 

또 일조량도 좋아 햇볕에 잘 말린 태양초 고추를 사용, 고추장을 뜰 때마다 매콤한 향기와 적당한 점유질을 유지시켜 준다.


순창 고추장에 대한 최초의 문헌은 경종의 어의였던 이시필 또는 역관이었던 이표가 지었다고 전해지는 소문사설(謏聞事說)로 이 책의 식치방(食治方)에 지방 명산물로 순천 고추장을 소개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고추장에 썬 전복과 큰 새우, 홍합을 함께 넣고 생강도 편으로 썰어 넣어준 뒤 15일 정도 식혔다가 찬 곳에 두고 먹으라는 내용이 기록되어 있어 조선 시대에는 고추장 속에 해산물을 넣어 삭혀 먹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외에도 1766년에 출간된 유중림의 ’증보산림경제‘의 고추장 만드는 법은 지금의 고추장 만드는 방법과 유사하지만, 고춧가루 함량이 적고 메주가루가 주성분으로 막장과 같은 모습... 또 소금이 아닌 간장으로 하는 것이 차이다.


’증보산림경제‘보다 50여 년 후에 저술된 빙허각 이 씨의 ’규합총서‘에도 순창 고추장과 천안 고추장이 팔도의 명물이라 소개하며 고추장 만드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는데, 고춧가루를 더 많이 넣고 메주를 만들 때부터 쌀을 보충한다고 되어있다.

 

그리고 ’규합총서‘보다 50년 후에 저술된 김형수의 ’월여농가‘에서는 고추장을 ’번초장‘이라고 불렀다는 내용도 들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