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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어,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남도 음식.

화별마 2023. 11. 14. 10:02

홍어 삼합 이미지

홍어,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남도 음식.

 

남도의 대표적인 잔치 음식으로 홍어가 나오는데,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음식이다.

 

그렇다면 서양 사람들은 홍어나 홍어와 비슷한 가오리를 어떻게 생각할까? 서양 사람들은 홍어나 가오리를 먹지 않는데, 그물에 걸리거나 낚시 중에 잡게 되면 바로 버린다고...

 

서양에서는 홍어나 가오리를 스케이트(Skate) 또는 악마의 고기라고 부르는데, 홍어와 가오리를 뒤집어보면 사람의 얼굴과 비슷하고 가오리가 내는 소리도 사람의 소리와 비슷해서 두려움을 주기 때문이라고 한다.

 

보통 홍어는 신선한 홍어와 삭힌 홍어가 있고 신선한 홍어는 고추장에 무쳐 먹거나 홍어회를 비빔냉면에 고명으로 사용한다.

 

또 목포 또는 나주 영산포에서 유래했다는 삭힌 홍어는 다양한 형태로 먹는데, 홍어 전문요리점에서는 홍어탕이나 홍어애탕, 홍어 전, 홍어찜, 홍어 조림, 홍어회 등으로 먹는다.

 

처음 삭힌 홍어를 먹으면 깜짝 놀라는 이유는 입천장이 벗겨질 정도의 고약한 냄새 때문인데, 홍어를 삭히는 과정에서 생기는 암모니아, 요소, 트리메틸아민산 등에 의한 것이다.

 

사실 삭힌 홍어는 저지방, 고단백 알칼리 식품으로 영양학적으로도 아주 훌륭한 음식...

 

홍어찜은 개인 취향에 따라 삭힌 정도를 조절해서 조리하면 더욱 맛이 좋아지며 홍어 조림은 살짝 찐 홍어에 각종 양념을 넣어 졸인 것으로 칼슘과 콘드로이틴이 많이 함유되어 있다.

 

그리고 홍어 뼈는 매우 연해서 노인들이나 어린이들도 홍어 뼈를 쉽게 씹어서 섭취할 수 있어 칼슘 보충에 도움이 된다.

 

홍어포는 신선한 홍어를 잘 건조하여 홍어 채로 잘게 찢어놓은 것으로 술안주나 간식거리다.

 

자산어보의 기록을 보면 홍어의 생김새, 서식 지역, 낚는 방법, 그리고 홍어회, 홍어구이, 홍엇국, 홍어포 등 조리 방법과 그 효능이 적혀있다.

 

또 홍어는 입춘 전에 잡힌 것이 살이 많고 맛이 좋으며, 홍어를 국으로 끓여 먹으면 술 해독에도 효과가 있다는 내용과 나주 고을 사람들이 홍어를 삭혀 즐겨 먹는다고 밝혀 숙성한 홍어를 나주 중심으로 광범위하게 먹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그런데 왜 홍어는 냉동하지 않아도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는 걸까?

 

대체로 일반 생선은 죽으면 살이 물러지고 다량의 부패 미생물이 번식해서 지독한 냄새가 발생하지만, 홍어는 요소가 분해되면서 암모니아를 대량 생산, pH10 정도 오르면서 살이 알칼리성으로 바뀐다.

 

이 암모니아가 홍어의 부패세균을 죽여 홍어의 살이 물러지지 않도록 해주는데, 이는 홍어 자체의 자가 소화효소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인체에 유해한 독성 물질은 생성시키지 않기 때문...

 

그리고 홍어가 숙성되면서 수분의 일부가 증발되면 살이 더 단단해지면서 독특한 식감이 생겨난다.

 

특히 홍탁은 막걸리의 안주로 홍어를 먹는데, 홍어는 찬 성질, 막걸리는 따뜻한 성질을 가지고 있어 상호 보완이 되며 막걸리의 발효 성분이 홍어의 소화를 돕기 때문에 음식 궁합이 잘 맞는다.

 

나는 경기도 사람인데도 처음부터 삭힌 홍어가 입에 맞아 즐겨 먹은 것을 보면, 아마 전생이 흑산도 사람은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