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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릴린 먼로, 빨간 입술과 선명한 점 하나, 금발의 백치미.

화별마 2023. 7. 2. 18:42
매릴린 먼로 사진

 

매릴린 먼로, 빨간 입술과 선명한 점 하나, 금발의 백치미.

 
어느 비가 내리던 휴일, 대학로를 지나다가 ‘마릴린 먼로의 삶과 죽음’이라는 연극 포스터를 보았다.
 
1926년생으로 본명은 노마 제인 모텐슨... 정신병으로 병원에 수용된 어머니 때문에 애정 결핍에 시달렸던 여자 아이...

어머니의 친구 집과 보육원을 전전하며 살았던 소녀... 열여섯 살의 이른 나이에 처음 결혼한 후, 야구선수 조 디마지오와 재혼했지만 9개월 만에 파경을 맞았고, 극작가 아서 밀러와 3번째 결혼을 했다가 5년 만에 헤어진 여자...
 
과학자 아인슈타인, 가수 프랑크 시나트라와 이브 몽탕... 대통령 케네디와 그의 동생인 로버트 케네디 등 그 당시 쟁쟁했던 인사들과 염문을 일으켰던 스캔들의 여왕...

하얀 원피스에 풍성한 금발... 빨간 입술 옆에 선명한 점 하나가 찍혀 있던 백치미의 상징...

그녀가 수면제 과다 복용으로 죽어가면서 마지막으로 한 말... ‘나는 떠나지만, 그대들은 세상을 버텨 내세요.’
 
도스토예프스키의 장편 소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읽었고, 누구보다 문학을 사랑했으며 한때, 시를 쓰기도 했던 여자...

그러나 대중문화의 관음적 카메라는 먼로의 어깨와 다리를, 가슴과 엉덩이를, 입술과 눈빛만을 담았다. 그래서 그렇게 비치는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절규했던 여자...
 
마릴린 먼로의 생각과 의지와는 무관하게 ‘만들어진’ 그녀는, 남자들의 지갑 속에서, 베트남 전쟁에 참전한 군인들의 사물함 속에 들어 있었고...

1953년에 제작된 영화 ‘나이아가라’에 출연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군인들에게 최고의 헬멧 걸(방탄모 안에 오려 붙인 애인이나 여자 연예인의 사진)이 된 여배우...
 
미군을 위문하기 위해 한국 전쟁 중 내한해서, ‘공연 중에 눈이 내렸지만 아주 따뜻하게 느꼈다’고 한국에서의 4일을 회상했던 여인...

남학생들은 그녀의 사진으로 책을 포장했으며, 공장의 남성 노동자들은 꿈속에서 그녀를 만나기를 원했지만, 그녀는 팬티만 입고 등장했다가 아무것도 입지 않은 채, 수면제 과다 복용이라는 확실하지 않은 원인으로 세상을 떠났다.
 
사람들은 먼로가 남긴 거울과 머리카락 그리고 전화기와 보석, 잠옷과 벨트에 집착하면서 최종적으로 소비되는 것은 ‘36, 23, 35’라는 먼로의 신체 사이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