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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콴유, 그가 꼽은 아시아의 위대한 지도자는?

화별마 2023. 7. 16. 09:47

리콴유 사진

리콴유, 그가 꼽은 아시아의 위대한 지도자는?

 

미 하버드 대학의 교수 출신 헨리 키신저는 리콴유(李光耀) 싱가포르 전 총리에 대해 달리 비교할 사람이 없을 정도의 지능과 판단력을 갖춘 사람이라고 평가하면서 지도자(Leader)뿐만 아니라 사상가(Thinker)라고도 표현했다.

 

오래전 미 하버드대에서 그를 집중적으로 인터뷰 후 책으로 출간했는데, 이 책을 보면 특히 중국에 대해 예리한 관찰을 하고 있다.

 

중국은 절대로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될 수 없다. 그렇게 되면 무너질 것이다. 중국의 지식인들도 이 사실을 잘 안다. 중국에서 민주화 혁명 같은 게 일어날 것이라고 믿는다면 잘못이다. 톈안먼(天安門) 사태를 주동하였던 학생들은 지금 어디 있는가?

 

그리고 시진핑(習近平)은 후진타오(胡錦濤)보다 강한 지도자다. 그는 늘 웃는 얼굴이지만 강철 같은 영혼의 소유자이다. 시련을 많이 겪은 덕분에 굉장한 감정적 안정력이 있어 개인적 불행이나 고통으로 해서 판단력이 흐려지는 사람이 아니다.

 

중국은 독일과 일본과 러시아가 군사력으로 영미권에 도전했다가 실패한 경우를 연구, 미국과 군사력 경쟁하면 진다는 것을 잘 안다. 군사적 대결을 피하기 위해 고개를 숙이고, 웃으면서 40년 혹은 50년을 견뎌야 한다는 것도 안다.’

 

또 리콴유는 좋은 나라를 만드는 지도자는 타고나는 것이며, 자신이 지도자들을 경험적으로 관찰해 보니 한 인간의 능력, 성격, 기질은 70~80%가 유전적이고, 지도자로 태어나지 않으면 지도자가 될 수 없다는 확신이 생겼다고...

 

그리고 인기에 연연하는 사람은 지도자가 아니며, 그런 사람은 바람이 부는 대로 가는 사람이라는 마키아벨리의 말을 인용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지도자가 사랑을 받든지 두려움의 대상이 되든지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 쪽을 선택해야 하며, 지도자는 언론에 영혼을 빼앗기려는 유혹을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민주제도가 성공하려면 첫째, 관심이 많고 감시를 잘하는 유권자 집단이 있어 국정을 운영할 정치인을 선출한 후 여론의 힘으로 그들을 통제해야 하며 둘째, 민주 사회에 정직하고 유능한 정당이 있어 국민들에게 선택의 여지를 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그는 북한 정권에 대해, ‘정신병자 같은 집단이며, 늙어서 축 처진 모습을 한 자들이 박수와 환호를 받으려고 경기장을 의기양양하게 돌아다니는 지도자를 위하여 봉사한다. 중국은 북한이 핵무기를 갖지 않기를 원할지 모르지만, 일본이 핵무장을 하더라도, 국경에 미군이 나타나는 것보다는 핵 무장한 북한을 더 선호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리콴유 전 총리는 19791016일 방한, 박정희 대통령을 만난 적이 있다. 박 대통령은 자신의 만든 포항종합제철을 보여 주고 싶어 했지만, 자존심이 강한 리콴유는 경주의 문화유산을 보겠다고 했다.

 

1019, 청와대에서 열린 환영 만찬에서 리콴유는 박정희 대통령에게, ‘어떤 지도자들은 자신들의 관심과 정력을 언론과 여론조사로부터 호의적인 평가를 받는 데 소모합니다.

 

한편, 다른 지도자들은 자신들의 정력을 오직 일하는 데만 집중시키고 평가는 역사의 심판에 맡깁니다. 만약 각하께서 눈앞의 현실에만 집착하는 분이었다면, 오늘 우리가 보는 이런 대한민국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그 후, 어느 인터뷰에서 만약 아시아의 위대한 지도자 세 사람을 든다면 누구를 꼽겠냐는 기자의 질문에 한국의 박정희 대통령, 중국의 덩샤오핑, 일본의 요시다 총리를 언급했다.

 

그는 자신의 회고록에서, ‘한국인들은 무서운 사람들이다. 그들이 폭동을 일으킬 때 보면 검투사 같은 복장을 한 진압 경찰만큼 잘 조직되고 훈련되어 있다. 노동자들과 학생들이 거리에서 경찰관들과 싸우는 모습은 전투 장면 같다. 그들은 타협할 줄 모르는 맹렬한 성격이고, 권위에 도전할 때는 폭력적이고 정력적이다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공산주의에 대해서는, 중국이 개방을 취하고 소련이 개혁정책을 표방하면서부터 이미 그 이념적 기초를 상실했고, 현대사회에 도저히 적응할 수 없으며, 경쟁력과 활력을 잃은 죽은 이념이지만, 공산주의 위협은 소멸된 것이 아니고, 앞으로 새로운 형태로 나타날 것이라고 보았다.

 

또 공산주의자는 결코, 권력을 포기하지 않는다고 예견하며 공산당과 싸움에서는 내가 죽든지 적을 죽이든지 하는 두 길밖에 없으며 어중간한 방법으로는 안 된다고 확언했다.

 

그는 한국의 민주화 과정에 대해 비판하면서, 한국이 점진적으로 민주화를 하면서 항의 시위를 완화시키는 법적 장치를 갖추어 갔더라면 학생들과 노동자들이 경찰과 과격하게 충돌하는 사태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도 지적했다.

 

하지만 그는 한국에서 지도층과 국민들이 사회적 신뢰 관계를 재개하는 데 시간이 조금 걸릴 뿐, 기업인과 관리자들을 우대하고, 고도성장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생긴 갈등이 해결된다면,

 

한국은 다시 정력적으로 전진할 것이라고 예상하면서, 한국인들은 역동적이고, 부지런하며, 의지가 강하고, 유능한 국민들이라 그들의 경쟁 문화는 그들을 성취 지향적으로 만든다고 예견했다.

 

그가 말하는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솔직한 평가를, 이 땅의 위정자라면 깊이 새겨듣고, 자신의 역할과 책임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돌아보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