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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부, 막걸리 맛을 풍부하게 해주는 겸손한 안주.

화별마 2023. 8. 3. 07:11
두부 안주 이미지

두부, 막걸리 맛을 풍부하게 해주는 겸손한 안주.

 
두부(豆腐)의 사전적 의미는 콩 속에 들어 있는 단백질을 추출해서 무기염류로 응고시킨 식품을 말한다. 

그런데 두부의 ‘부(腐)’는 썩은 것이란 뜻으로 알기 쉬운데, 뇌수(腦髓)처럼 연하고 물렁물렁하다는 뜻으로 우리나라에서는 ‘포(泡)’라고도 불렀다.
 
문헌상 두부는 ‘명물기략(名物紀略)’이나 ‘재물보(才物譜)’ 등에 서기전 2세기경 전한(前漢)의 회남왕(淮南王)이 발명하였다고 기록되어 있으나 당나라 말기의 중국 문헌에 처음 나타나는 것을 보면 한대 이후에 만들어졌다는 설도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 두부가 전래가 된 정확한 시기는 알 수 없지만 ‘목은집’에 실린 시 속에 ‘두부’라는 명칭이 처음 나온다.

미루어 보건대 고려 말에 교류가 빈번하였던 원나라에서 전래되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두부 제조법이 가장 발달한 때는 조선 시대... ‘세종실록’에 명나라 황제가 조선에서 온 여인이 각종 식품제조에 뛰어나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두부를 잘 만든다고 칭찬했다는 기록이 보인다.
 
어릴 적, 막걸리 심부름을 다니면서 몰래 홀짝거렸던 세대는 노란빛이 바랜 알루미늄 주전자와 논두렁과 밭두렁에서 참을 먹어 보았기에 막걸리의 참맛을 안다.
 
그런데 막걸리와 궁합이 잘 맞는 안주는 무엇일까? 개인적으로 적극 추천하는 안주는 두부...

그중에서도 김이 모락모락 나는 생두부와 노릇노릇한 부침 두부가 제격이다.
 
물론 도토리묵이나 빈대떡, 그리고 제육볶음도 어울리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맛이 강해서 막걸리 고유의 맛과 향을 날려 버린다.

반면 두부는 자극적이지 않으면서 막걸리 맛을 풍부하게 해 준다.. 아래로 깔리면서 은근하게 받쳐주는 겸손한 안주다.
 
그런데 집에서 흔히 해 먹을 수 있어서인지 아니면 이문이 별로 남지 않아서인지 요즘 두부 전문점이 아니면 두부 요리를 먹을 수 있는 식당이 의외로 적다.
 
오래전 공사장 인부들이 밥을 대놓고 먹는 함박집이 있었는데, 몸도 마음도 넉넉하신 이 집 여사장님의 두부 부침 솜씨가 예술이었다.
 
주문한 두부가 두툼했지만, 속까지 알맞게 익어 푸딩보다도 더 부드럽고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다. 이 두부 한 점에 막걸리 한 모금... 환상의 조합이었다.
 
예전에 살던 동네에 두부를 만들어 파는 가내수공업에 가까운 집이 있었다. 이 집은 두부를 반듯하게 만들지 못해서 그냥 바가지로 퍼서 파는 순두부집...

막 굳어지기 시작하는 몽글몽글한 두부 덩어리에 간장에 살짝 넣어 먹던 그 맛이 최고였다.
 
그런가 하면 가끔 친구들과 산행을 하면, 산행 입구에 두부를 파는 집이 몇 집 보인다.

하산 길에 친구들과 들려 막걸리를 마시면서 생두부를 시작으로 두부 부침과 두부찌개로 마무리하면 그날 산행의 피로가 확 달아난다. 역시 막걸리의 안주는 두부가 최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