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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운명, 의정서와 협약이 아닌 힘에 달려있다.

화별마 2023. 7. 2.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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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운명, 의정서와 협약이 아닌 힘에 달려있다.

 

20222, 러시아 탱크가 우크라이나 영토를 다시 침범했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구소련 붕괴 이후 30년 이상 수면으로 가라앉았던 냉전이 부활하지 않을까 전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는 러시아 슬라브 문명의 발상지... 볼셰비키 혁명의 주역인 레온 트로츠키와 흐루쇼프 전 공산당 서기장 등도 우크라이나와 인연이 깊다.

 

1991, 우크라이나가 독립했을 당시에는 세계 3위의 핵무기 보유국... 하지만, 1994년 미국·영국·러시아·프랑스·중국까지 안전보장을 약속하자 핵무기를 포기했고, 재래식 군 병력도 계속 감축했다. 따라서 2014,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침공할 때, 우크라이나는 사실상 무장해제 상태였다.

 

22,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이 미국 폭스뉴스에 출연해서 미국이 당시 약속했던 안전보장을 이행하라고 강조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하지만, 자국의 실력이 아닌 의정서나 협약에 기초한 안전보장은 결국은 휴지나 다름없음을 여실히 보여 준다.

 

1991, 소련이 붕괴된 이후 미국은 동유럽의 지정학적 공백을 NATO를 중심으로 세력을 확장했다. 1999, 동유럽의 폴란드·헝가리·체코 3개국이, 2004년에는 불가리아·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루마니아·슬로바키아·슬로베니아 등 7개국이 나토에 가입했다. 2020년에는 알바니아·크로아티아·몬테네그로·북마케도니아 등도 나토 회원국이 됐다.

 

이번 사태는 러시아와 직접 국경을 맞댄 우크라이나가 친서방 노선을 택하고, 나토 가입을 추진하면서 발생했다. 물론 이면에는 소련 붕괴와 냉전 종식 이후, 잠복해 있던 서방과 러시아의 뿌리 깊은 불신과 지정학적 공백, 그리고 미국 일국 체제에 대한 불만이 군사적 충돌로 나타난 것이다.

 

러시아 푸틴 대통령은 국경선을 맞대고 있는 우크라이나가 NATO에 가입하면서 지정학적 완충지대가 사라지면서 러시아의 안보를 위협하고 있고, 서구 자본주의의 영향으로 국내 정치의 안정을 위험하게 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22, 푸틴은 평화유지군이라는 이름으로 우크라이나에 탱크를 진입시켰다. 또 러시아는 이와 함께 전력망 등 에너지 기반시설에 대한 대규모 사이버 공격, 심리전을 병행하는 비대칭 전술인 일명 하이브리드 전쟁을 통해 다양한 형태의 도발을 지속하고 있다.

 

러시아는 유럽연합 가스 수요의 40% 이상을 공급하고 있다. 러시아는 특히 가스 수요가 높은 겨울철에 우크라이나 도발을 강행해 전략적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재생에너지에 집중해 러시아 천연가스 에너지 의존도가 50% 이상인 독일은 그래서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사태를 통해서 소련 붕괴와 냉전 종식 이후에 형성된 유럽 안보 지형, 국제 질서를 새롭게 짜겠다는 속셈이다. 확실한 국제적 리더십이 부재한 상태에서 전략적으로 중요한 지역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생각이다.

 

카터 미국 대통령의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브레진스키는 21세기 미국의 세계 전략을 담은 그의 저서 거대한 체스판에서 탈냉전 이후, 붕괴한 러시아가 제국 부활을 꾀한다면 우크라이나는 그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이런 러시아 침공에 대해,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군대를 진입하지 않겠다고 밝힌 상태로, 현재 서방이 할 수 있는 것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과 러시아에 대한 금융·경제 제재에 불과하다. 하지만 지난 2014년 크림반도 사태에도 러시아에 금융 제재를 가했지만, 큰 효과 없이 흐지부지된 전례가 있다.

 

만약 미국이 러시아와 유화적인 타협을 한다면 미국의 신뢰성은 큰 타격을 받게 된다. 동맹국들이 이번 사태에 대한 미국의 태도를 주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거를 앞둔 미국은 군사적 대응도 쉽지 않은 상황. 대만, 북한, 이란 문제에 대응해야 하는 미국의 힘과 자원을 분산시키고, 러시아·중국·이란의 연대는 대만해협과 동중국해, 한반도 등 약한 동맹의 고리를 틈타서 언제 어디서든 나타날 수 있다.

 

2014, 마이단 혁명 때 93일간 광장을 지킨 시위대는, 우리는 23년 동안 겉으로는 독립 국가였지만, 이제 많은 사람의 희생으로 진정한 독립 국가가 됐다며 환호했다. 독립한 지 31년이 지난 우크라이나 운명은 푸틴의 탱크가 아닌, 그 땅의 국민이 결정해야 할 때가 왔다.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는 우리나라에도 많은 점을 시사한다. 굳건한 군가 동맹이나 스스로 지킬 수 있는 안보 수단이 없이는 안보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햇볕 정책은 결코 우리의 안보를 보장하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