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관념과 편견, 옷이 날개라는 심리학적 이유.

고정관념과 편견, 옷이 날개라는 심리학적 이유.

 

옛날 어느 마을에 학문과 식견이 높은 한 선비가 살고 있었는데, 그는 매우 검소해서 옷차림에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아 볼품이 없었다. 하루는 높은 벼슬을 하는 대감에게서 생일잔치가 있다며 마을 사람들 모두 참석하라는 전갈이 왔다. 생일잔치가 열리는 날, 선비는 평소에 입던 옷을 입고 대감 집에 도착해 보니,, 이미 집 안에는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그런데 대감댁 문지기가 허름한 선비의 옷차림을 보고 선비의 입장을 막았다. 이 광경을 본 대감은 경사스러운 날이니 모두 잔치에 참석하게 하라고 말했다.

 

문지기들은 그 말을 듣고 선비를 들여보냈는데, 시종은 그를 구석으로 안내했고 조그만 상을 내주면서 빨리 먹고 나가라고 했다. 술상을 받은 선비는 같이 먹을 사람을 찾아보았지만, 누구도 선비에게 눈길을 주지 않자 모멸감을 느낀 선비는 그냥 집으로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온 선비는 허름한 옷을 벗고 반듯한 옷으로 갈아입고 다시 생일잔치가 열리는 대감 집으로 갔다. 그런데 이번에는 문지기가 공손하게 인사를 하며 좋은 자리로 안내했다.

 

또 선비가 좋은 자리에 앉으니, 아는 체도 안 했던 사람들이 선비에게 술을 권했다. 그러자 술을 받은 선비는 자신의 옷에 술을 부으며 ‘옷아, 이 술 받거라. 이 술은 내가 아닌 너에게 주는 것이니...’라고 말했다.

 

이 이야기는 많이 회자되는 이야기로 옷차림으로 사람을 판단한 세태를 풍자한 것... 그리고 옷이 날개라는 말처럼 옷은 생각보다 우리에게 많은 영향을 끼친다. 이처럼 우리가 옷차림을 보고 누군가를 판단하는 것은 허름한 옷은 별 벌일 없는 사람이라는 고정관념과 편견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심리학자 존 몰로이는 옷에 대한 고정관념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실험을 했는데, 고급 옷을 입은 실험자에게 어느 호텔로 들어가라고 하면서, 다른 사람이 들어갈 때 같이 들어가도록 했다. 그러자 문에서 실험자와 마주쳤던 사람들의 약 94%가 고급스러운 옷을 입은 실험자에게 먼저 길을 양보했다.

 

이번에는 반대로 허름한 옷을 입혀 똑같은 실험을 진행했더니 실험자와 마주쳤던 사람들의 약 82%가 허름한 옷을 입은 실험자에게 길을 양보하지 않았다. 심지어 5%의 사람들은 실험자에게 욕설까지 했다.

 

또 사회심리학자 밀그램은 작업복과 정장을 한 번씩 입혀 무단횡단을 하게 했다. 실험 결과 실험자가 작업복을 입었을 때보다 정장을 입었을 때, 더 많은 사람들이 실험자를 따라서 무단횡단을 했다.

 

좋은 옷이 대접을 받는다면 언제나 비싸고 좋은 옷만 입어야 할까? 하지만 밀그램의 또 다른 실험 결과는 옷이 비싸고 싼 것이 중요하지 않고 얼마나 깔끔하게 입었는가였다.

 

옷차림에서 중요한 것은, 입을 때의 시간과 장소 그리고 상황이다. 사실 이야기 속 선비도 큰 생일잔치에 초대받았다면 그에 걸맞은 깔끔한 옷을 입었어야 한다.

 

그렇다면 이런 고정관념과 편견은 왜 만들어지는 걸까? 첫째는 편리함 때문이다. 우리는 어떤 사람을 판단할 때 그 사람의 한 부분만 가지고 쉽게 판단하는 것이 편리하다.

 

둘째는 익숙함 때문이다. 자신의 생각을 뒷받침하는 정보일수록 그 정보를 더 잘 기억한다. 히스테리를 잘 부리는 노처녀를 보고 노처녀라서 그런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셋째는 착각적 상관 때문이다. 두 가지 사실 사이에 어떠한 관계가 존재하지 않아도 관계가 있는 것처럼 착각하는 것이다. 이주 노동자가 범죄를 잘 저지른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냇째는 학습 때문이다. 살아가면서 자신도 모르게 고정관념을 학습한다. 자신의 경험뿐만 아니라 가족 혹은 사회적 문화와 대중매체에 의해서...

 

다섯째는 정치적 이유 때문이다. 권력의 우위를 차지한 집단이 그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경쟁 집단에게 고정관념과 편견을 만들어 씌우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