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학사전/예술 잡학

LOVE, 어떻게 생겼는지 아는 사람?

화별마 2023. 12. 2. 12:43

LOVE 이미지

LOVE, 어떻게 생겼는지 아는 사람?

 

뉴욕 맨해튼의 러브조형물은 뉴욕을 여행하는 사람이라면 일부러 찾아가지 않더라도 우연히 마주치기 마련인데, 센트럴파크와 뉴욕 현대미술관(MoMA) 사이 6번가에 놓인 이 빨갛고 파란 러브앞에는 웃음을 지으며 사진 찍는 사람이 끊이지 않는다.

 

자유의 여신상, 타임스스퀘어, 옐로캡, 브루클린 다리 등과 함께 뉴욕의 숱한 랜드마크 중 하나가 된 러브조형물은 뉴욕 전유물만은 아니고 필라델피아 러브 파크, 캐나다 몬트리올 구시가지, 일본 도쿄 신주쿠에서도 볼 수 있다.

 

위키피디아의 러브 조형물 목록에 따르면 미국, 유럽, 아시아 등 전 세계 곳곳에 설치된 러브조형물이 54...

 

서울의 러브는 인디애나 개인전이나 기획전 등을 통해 일반에게 공개된 적이 있고 몇몇 컬렉터가 개인 소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공개된 장소에 영구적으로 설치된 것은 서울 명동의 러브가 처음이자 유일하다.

 

이렇게 서울시 중구 대신파이낸스센터 앞에 낯익은 글자가 입체적 형태로 세워져 있는데, 사랑을 의미하는 ‘LOVE’다. ‘VE’ 위에 ‘LO’를 쌓은 형태의 이 작품은 붉은색과 푸른색의 대조로 인해 꽤 강렬한 인상을 준다.

 

서울 대신파이낸스센터 앞에는 서 있는 러브는 뉴욕 러브와 크기는 같지만, 색상 조합은 반대로 밖은 파랑이고 안은 빨강 러브.

 

201612월 설치되어 뉴욕만큼 붐비지는 않지만, 데이트하는 청춘남녀와 외국인 관광객이 발길을 멈추고 사진을 찍는다.

 

이 작품을 만든 사람은 미국의 팝아티스트 로버트 인디애나... 그는 시카고 예술대학과 영국 에든버러 대학에서 회화와 그래픽을 전공했고 26살이 되던 해 뉴욕에서 본격적으로 예술 활동을 시작한다.

 

이후 수많은 작품을 남겼지만, 그중에서도 대표작은 단연 ‘LOVE’다. 그는 ‘LOVE, 어떻게 생겼는지 아는 사람은 없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로버트 인디애나는 러브로 유명해졌지만, ‘러브때문에 조롱을 받다 오랜 기간 잊혔던 불운한 팝아티스트... MoMA가 소장한 350점의 대표 작품을 꼽은 책 ‘MoMA Highlights’(2004)에도 그의 작품은 단 한 점도 들어있지 않다.

 

1960년대 그는 뉴욕에서 동갑내기 앤디 워홀과 함께 왕성하게 활동했지만 늘 영광은 워홀의 몫이었고 그에게는 상업적 그래픽디자이너라는 꼬리표를 붙였다.

 

앤디 워홀과 로이 릭턴스타인 등 1960년대 뉴욕 팝아티스트들이 깡통 수프나 광고 이미지 등 상업적 제품을 소재로 삼았다면, 인디애나는 숫자와 단어 등을 소재로 삼았다.

 

그의 러브작품은 1964MoMA의 의뢰를 받아 제작한 크리스마스카드에 처음 등장한다.

 

어릴 적 교회에서 보던 ‘God Is Love’라는 사인에서 영감을 받은 이 이미지는 1960년대 반전운동을 펼치던 미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사랑을 하자, 전쟁이 아닌(Make Love, not War)’이란 메시지로 읽히며 큰 인기를 끈다.

 

그의 러브이미지는 티셔츠, , 엽서 등에 무단 사용되었고 1973년에는 미국 우표로 제작되기까지 했다하지만 러브가 누구나 사용하는 단어라 저작권 등록에 실패, 인디애나는 대성공에도 불구하고 손에 쥔 것이 전혀 없었다.

 

그는 1978년 뉴욕을 떠나 650km 떨어진 메인주 바이널헤이븐 섬으로 가서 20185월 세상을 뜰 때까지 섬을 떠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