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무비(B-Movie). 왜, 언제,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을까?
흔히 B무비를 값싼 영화라고 부르는데, 사실은 ‘다르다’와 ‘틀리다’처럼 B무비는 바로 ‘다르다’라는 개념의 영화로 이해를 해야 한다.
또 B무비를 표현하는 유명한 말 중의 하나인 ‘영화 속에서 문이 닫힐 때마다 세트가 흔들리면 B무비라는 말은 이 영화의 태생적 속성을 드러낸 말이다.
사전적 의미의 B무비는 할리우드 제작 시스템에서 비교적 저예산으로 제작되거나 A무비나 메이저 스튜디오 영화보다 감독이나 배우의 명성이 낮은 영화를 의미한다.
1930~1940년대 할리우드 메이저 영화사들은 영화를 제작할 때 스타들이 등장하는 본 영화 외에 부록 형식으로 동시에 상영할 영화들을 만들었는데, 이 영화들이 비로 B무비다.
정확하게 말하면 B무비는 대공황의 산물이었는데, 수잔 헤이워드가 쓴 ’영화 사전‘을 보면 B무비는 기존 A무비에 딸려서 상영되는 부차적인 영화를 의미했다.
즉 1930년대 초 공황기 때 값싸고 단시일 내에 만들어진 영화가 B무비로 살기 힘들었던 시기에 관객들은 자신이 내는 돈에 대해 더 많은 것을 기대했고, 이것은 1편의 영화 값으로 2편을 볼 수 있는 동시상영 형태로 나타난 것이라고...
쉽게 이야기하자면 ‘2인분 같은 1인분’이라는 산업적 필요에 의해 태어난 영화가 바로 B무비인데, 당시 B무비는 RKO 같은 메이저 영화사에서도 만들고, ‘모노그램’ 같은 군소 영화사에서도 만들어 납품하기도 했다.
따라서 B무비는 특성상 SF나 호러 영화 같은 장르 영화에 집중되었는데, 1942년도에 나온 RKO의 ‘캣 피플’이나 1943년도의 ‘나는 좀비와 함께 걸었다’ 등은 오히려 본편을 뛰어넘는 커다란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자크 투르뇌르는 오손 웰즈가 ‘위대한 앰버슨가’를 찍고 남겨둔 세트에서 ‘캣 피플’을 촬영했고, 고다르는 ‘네 멋대로 해라’ 도입부에 모노그램에 헌정한다는 자막을 넣기도 했다.
이처럼 B무비는 종종 A무비를 능가하는 평가를 받기도 했는데. 1945년 작품 에드가 울머의 ‘우회(Detour)’나 1955년 작품 찰스 로튼의 ‘사냥꾼의 밤’ 그리고 1960년도 작품인 새뮤얼 풀러의 ‘네이키드 키스’ 등이 대표적인 B무비 걸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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