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학사전/예술 잡학

이중섭 화백의 ‘황소’, 숨겨진 이야기들이 쌓인 명작들.

화별마 2023. 8. 5. 08:18

이중섭 화백의 황소 그림 사진

이중섭 화백의 황소’, 숨겨진 이야기들이 쌓인 명작들.

 

2010629일 서울옥션 경매에서 이중섭 화백의 황소가 35억6,000만 원에 낙찰됐다. 그때까지 이중섭 화백 작품 중 경매 최고가를 경신한 것...

 

그러나 201837일 서울옥션 경매에서 이중섭 화백의 또 다른 황소47억 원에 낙찰됐다. 8년 만에 또다시 경매가 신기록을 경신했다.

 

얼마 전 이건희 전 삼성 회장 유족들이 이건희 컬렉션 23,000여 점을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했는데, 이 중에는 이중섭 화백의 또 다른 소 그림 황소흰 소두 점이 들어있었다.

 

이 그림들의 공통점은 우리가 좋아하는 이중섭 화백의 소 그림이라는 것과 10여 년 사이에 이런저런 이유로 소장처가 바뀌었다는 점... 소장처가 바뀌었다는 말은 주인이 바뀌었다는 말이다.

 

356,000만 원에 낙찰된 이중섭의 황소는 서울 종로구 부암동 서울미술관에 걸려 있는데, 이 그림 앞에 서 있으면 어떤 꿈틀거림이 느껴지고 그림 자체에 빠져들게 된다.

 

이 그림의 주인은 안병광 유니온제약 회장이자 서울미술관의 설립자... 그는 미술품 컬렉터이기도 한데, 그는 젊은 시절 제약회사 말단 영업사원이었다.

 

영업 일이 너무 힘들어서 그는 그만두겠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던 1983년 여름 어느 날, 영업 도중 갑작스레 비가 쏟아져 어느 액자 가게의 처마 밑으로 몸을 피했다.

 

그때 우연히 그 곳에 전시된 그림 한 점과 눈이 마주쳤는데, 황소의 강렬한 눈빛과 육중한 몸짓에 그림 속으로 순식간에 빠져들었고 가슴 깊은 곳에서 무언가 꿈틀거림을 느껴졌다.

 

그는 그 그림이 갖고 싶어 액자 가게 주인에게 물어보니 복제품이라고 말하며 원작을 사려면 좋은 집 한 채는 팔아야 한다고 했다. 그때 그는 복제품을 사서 돌아서며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이라고 중얼거린다.

 

그리고 23년이 흘러 그는 유니온제약의 회장이 되었고 2010년 그 황소 그림 원작이 경매에 나왔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는 기꺼이 거액을 준비, 그렇게 이중섭 화백의 황소주인이 되었다.

 

201837일 서울옥션 경매... 이중섭의 또 다른 황소18억 원에서 시작해 1억 원씩 호가가 올라가면서 치열한 경합을 거쳐 순식간에 30억 원을 넘어 36억 원에 이르렀다.

 

호가는 계속 치고 올라갔고 경매사는 45억을 불렀다. 경매장은 긴장감이 팽팽했고 경매사는 차분하게 숨을 고른 후 ‘46‘47을 호가했다. 번호판 패들이 올라갔고 잠시 후 경매사의 ‘48이라는 호가에서 응찰이 멈추었고 47억 원으로 마무리 된다.

 

그런데 이 작품을 경매에 내놓은 사람은 356,000만 원에 구입했던 안 회장... 이 작품은 2016년 국립현대미술관의 이중섭 탄생 100년 특별전에 출품돼 관심을 끌기도 했다.

 

안 회장이 이 작품을 언제 어떻게 소장하게 되었는지, 또 이 작품을 47억 원에 구입한 사람이 누구인지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명작은 원래 이런 것이다. 한 점 한 점에 숨겨진 이야기들이 덧붙여지면 사람들이 더 좋아하고, 더 오래 기억하고, 더 감동받게 마련이다.

 

이중섭 화백은 어린아이와 가족, 풍경, 물고기와 닭과 소 등을 주로 그렸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인 그림은 소 그림... 그는 20대 중반부터 소를 그렸다. 이 시기의 소 그림은 거의 남아 있지 않다.

 

356,000만 원짜리 황소47억 원짜리 황소또 이건희 컬렉션 황소흰 소모두 1953~1954년 무렵 경남 통영에 머물 때 그린 그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