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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퐁네프의 연인들, 소외된 이들의 원초적 사랑.

화별마 2023. 8. 2. 09:26

영화 퐁네프의 연인들 포스터

영화 퐁네프의 연인들, 소외된 이들의 원초적 사랑.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고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냐는 신경림 시인의 시처럼 영화 퐁네프의 연인들은 다리 밑에서 노숙을 하며 불우한 삶을 살아가는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이 원초적인 사랑을 다루고 있다.

 

부유한 집안의 딸이지만 시력을 잃고 거리를 방황하며 그림을 그리는 여자 미셸과 폐쇄된 퐁네프 다리 위에서 처음 만난 그녀가 삶의 전부인 나이 많은 곡예사 알렉스...

 

프랑스 대혁명 200주년을 기념하는 화려한 불꽃놀이가 펼쳐질 때, 미셸과 알렉스는 퐁네프 다리 위에서 격정적으로 춤을 추고 난 후, 함께 포도주를 마신 두 사람은 말없이 센 강으로 가서 알렉스는 보트를 몰고 미셸은 수상 스키를 탄다.

 

미셸은 집에서 가져온 군인 아버지의 권총을 알렉스에게 건네며, 이것 때문에 악몽을 꾼다며 센강에 버리라고 하지만 권총을 건네받은 알렉스는 권총 대신 신발을 강에 던진다.

 

그 후 알렉스는 잠자는 미셸의 머리맡에 사랑을 확인하는 메모를 써놓은 다음 한스에게 가서 잠이 오지 않으니 수면제를 달라며 미셸이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한다.

 

그러자 한스는 여기에 사랑은 없다며 사랑은 바람 부는 다리가 아니라 침대가 필요한 거라며 대꾸를 한다.

 

한스는 잠에서 깨어난 미셸에게 거리의 생활이란 맞고 강간당하고 또 그것을 잊기 위해 술 마시고 그러다가 폐인이 되는 거라며 미셸이 죽은 자신의 마누라와 비슷하게 생겨 자꾸 그녀 생각이 나게 한다며 떠나라고 한다.

 

그러자 미셸은 떠나기 전에 루브르 박물관에서 렘브란트의 자화상을 보고 싶다며 눈이 좋지 않아 형광등 불빛 아래서는 전혀 볼 수 없다고 애원을 하자, 두 사람은 늦은 밤, 박물관을 찾아간다.

 

한스가 미셸을 목말 태우고 미셸은 촛불을 든 채 렘브란트의 자화상을 감상하다가 캄캄한 박물관 안에서 한스는 미셸을 포옹한다. 그리고 다음 날 한스는 강물에 몸을 던져 자살한다.

 

영화 퐁네프의 연인들1991년 프랑스의 레오 카라 감독이 소외된 사람들의 자폐적인 사랑의 격렬함을 그려낸 영화... 보수공사 중인 다리 아래가 어느 곳보다 편안한 사람들... 최악의 상황에서 만난 두 사람의 사랑은 비정상으로 보일 만큼 강렬하다.

 

가난한 마음을 가진 이들의 사랑이 그리 낯설지 않게 다가오는 것은, 우리 모두 외롭기 때문이다. 소외란 인간이 자기 자신을 한 사람의 이방인으로 경험하는 것이기에...

 

현대사회를 자기 소외의 시대라고 부르는데, 그것은 사회가 인간의 뜻대로 움직여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인간이 사회 메커니즘 속에 말려들고, 나아가 그것에 봉사하는 역설적 과정이 진행되고 있다는 뜻이다.

 

사랑하면 선남선녀의 사랑만 떠올리는 이 사회에서 소외되고 버림받은 이들의 사랑은 의미 없는 날갯짓에 불과한 것일까? ‘퐁네프새로운 다리라는 뜻이지만, 사실은 프랑스 파리의 센 강 양편을 이어주는 9개의 다리 중에서 가장 오래되고 낡은 다리인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