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하이든은 트럼펫 협주곡을 더 작곡하지 않았을까?
학교의 명예를 걸고 고등학생들이 치열하게 퀴즈를 맞히는 ‘장학퀴즈’ 프로그램이 시작되면 흘러나오는 클래식 음악이 있다.
이 프로그램의 시작을 알리는 클래식 음악은 바로 하이든이 작곡한 ‘트럼펫 협주곡 3악장’이다.
다른 음악을 사용할 수도 있는데, 왜 이 클래식 음악을 사용했을까?
그 이유는 이 클래식 음악을 통해 방송을 보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퀴즈쇼에 몰입할 수 있게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이처럼 어느 음악이 프로그램 성격과 절묘하게 맞으면 그 멜로디가 프로그램을 상징하게 되는데, 특히 트럼펫의 역할이 시작을 알리는 팡파르나 신호였다는 것을 떠올리면 곡 선택을 굉장히 잘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실 하이든의 ‘트럼펫 협주곡’은 트럼펫 연주곡 중에서도 가장 어려운 곡 중 하나로 대학입시나 오케스트라 오디션을 보려면 반드시 준비해야 하는 곡...
그러니까 전 세계 트럼펫 연주자들의 실력을 가늠하는 척도가 바로 이 ‘트럼펫 협주곡’인데, 하이든은 왜 이 곡을 작곡했을까?
하이든이 궁정 음악가로 활동하던 당시, 궁정 오케스트라에 트럼펫 연주자 안톤 바이딩거가 있었다.
그는 연주를 가장 잘하는 소문난 트럼펫 연주자였는데, 트럼펫의 더 멋진 기교를 위해 악기를 직접 개량하기도 했다.
당시 바로크 트럼펫에 구멍을 뚫고 5개의 키를 달아 악기를 개조한 그는 여러 조합을 통해 반음계까지 연주할 수 있는 운지법까지 터득한다.
따라서 연주할 수 있는 음정이 많아지면서 음악적 표현도 더 다양해졌는데, 바이딩거의 능력을 알아본 하이든은 친구인 그를 위해 트럼펫 협주곡을 만들어 1800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첫 연주를 한다.
그러나 바이딩거가 아무리 연주를 잘한다 해도 처음 개량한 트럼펫으로 안정적인 연주를 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했다.
결국, 그는 첫 연주회 때 연주를 망쳤고 그 후 하이든과 바이딩거의 사이가 멀어졌다.
첫 연주가 성공하지 못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은, 만약 그때 그의 연주가 반응이 좋았다면 하이든은 트럼펫을 위한 두 번째, 세 번째 협주곡을 만들었을 것이다. 모차르트의 ‘호른 협주곡’이 여러 곡인 것처럼...
하지만 하이든의 트럼펫 연주곡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고전 시대 작곡가들의 트럼펫을 위한 연주곡은 바로크 시대나 낭만 시대와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찾아보기 힘들다.
따라서 당시 궁정 음악가로 동시대와 후대 작곡가들에게 많은 영감을 준 하이든의 위상으로 볼 때 트럼펫 협주곡을 더 이상 작곡하지 않은 것은 바이딩거와의 일화 때문일가능성이 아주 높다.
트럼펫 협주곡 E플랫 장조 3악장 :
https://www.youtube.com/watch?v=X63xc7ZYU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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