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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라비아의 로렌스’, 중동 분쟁의 씨앗.

화별마 2023. 10. 17. 11:10

영화 아라비아의 로렌스 사진

영화 아라비아의 로렌스’, 중동 분쟁의 씨앗.

 

유럽에서 불어닥친 식민지 제국주의는 대륙 곳곳으로 퍼져나갔는데, 중동 지역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 여파로 이스탄불을 중심으로 동서양의 문화를 꽃피웠던 오스만제국(터키)1918년 수에즈운하를 둘러싼 충돌에서 아랍을 끌어드린 영국과의 전쟁에서 패배한다.

 

당시 영국의 한 사나이가 아랍민족주의에 불을 댕겼고 아랍전쟁을 승리로 이끌면서 사막의 영웅이 되었는데, 그가 바로 젊은 고고학자이자 영국군 장교 로렌스였다.

 

영국군 장교 로렌스의 이야기는 그가 세상을 떠난 27년 뒤 아라비아의 로렌스라는 영화로 탄생해서 전 세계 영화 팬을 감동시킨다.

 

그러나 그에게는 아랍의 영웅이라는 평가와 함께 아랍의 영혼을 훔친 사람이라는 비판도 존재하는데, 그만큼 그의 일화에 진실과 거짓 논란이 크다.

 

1888, 로렌스는 아일랜드 귀족 가문의 부친과 야반도주했던 교사 출신 스코틀랜드 아가씨와의 사이에서 태어났는데, 귀족 신분이었지만 서자라는 꼬리표가 붙어 다녔다.

 

그는 옥스포드에서 소년과 청년 시절을 보내며 고고학에 관심을 보여 유물발굴에도 열정적이었다그런 그를 유심히 살펴보고 있던 영국 애쉬몰리안 박물관장 호가스는 옥스퍼드대학 지저스칼리지에 그를 추천한다.

 

당시 옥스퍼드대학은 영국의 중동 정책 산실로 호가스는 대영제국의 중동전략 책임자였으며 그의 배후에는 해군장관 처칠이 있었다처칠은 중동의 산업적 그리고 군사 전략적 가치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던 인물이었다.

 

그때 아랍의 군사지형 연구가 필요했던 육군정보부는 호가스 지휘 하의 육군정보부 아랍국 정보요원으로 그를 발탁, 카이로를 거점으로 활동하게 한다.

 

1917년 로렌스와 아랍 해방군은 아카바를 함락시키고 다음 해에 예루살렘에 입성하는데, 전후 이라크의 왕으로 등극한 파이잘 왕자가 동행한다.

 

로렌스는 아랍인을 이용해서 터키와 독일의 동맹 관계를 파기시켰고, 아랍 진출을 노리던 프랑스와도 협상, 막대한 매장량의 유전과 인도로 가는 길을 확보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분열된 아랍을 통합, 시리아의 수도를 점령한 로렌스는 아랍민족으로부터 아라비아의 로렌스라는 영웅으로 불린다.

 

그러나 아랍민족이 독립하려는 순간, 유럽은 아랍을 배신하는데, 이미 1916년 영국과 프랑스는 사이쿠스피코 조약으로 전후 아랍영토의 분할을 비밀리에 체결했던 것...

 

그들은 로렌스를 앞세워 아랍 해방군을 이용했던 것... 로렌스는 이들에게 항의하고 아랍민족의 단결을 호소, 아랍민족회의를 만들려고 했지만 실패하고 결국, 그는 영국으로 소환되어 1919731일 중령으로 전역한다.

 

종전 후 로렌스는 자신이 꼭두각시였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주장하지만, 사실 그는 모든 진실을 잘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자신이 신념에 근거하여 기만과 도박을 했다고 쓴 문서도 발견되었고 이제 이 연극을 끝내고 싶다는 심정을 일기에 적기도 했다또 그는 조국 영국을 위해 이스라엘을 국가로 승인하라고 아랍을 압박했고 심지어 아랍인을 잘 다루는 방법에 대한 책도 썼기 때문이다.

 

그런 행동을 한 로렌스는 귀국 후에 대영제국 훈장 수여를 거절한다. 왜 그랬을까?

 

그는 상심해서 영국 남부 크라우즈힐의 초라한 집에 은거하다가 1935년 의문의 오토바이 전복사고로 사망하는데, 그의 나이 47세였다.

 

위험한 도로가 없는 한적한 시골 마을이었고, 사고 직전 검은색 차를 보았다는 증언도 있어 그의 사망은 석연치 않다그가 사망하자 처칠과 영국 국왕은 최고의 애도를 표했지만. 그는 왜 미심쩍은 오토바이 사고로 삶을 마감했을까?

 

그가 너무 많은 비밀을 알고 있었다는 것과 그가 생전에 보관했던 많은 문서들이 엄격한 감시하에 있었고 사망 후 없앴다는 사실에 비추어 무언가 밝혀서는 안 되는 비밀이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아랍인 슐레이만은 자신이 쓴 아랍인이 본 로렌스에서 로렌스의 신화는 유럽인이 조작한 허상이고 역사 왜곡이며 아랍에 대한 모독이라고 주장하며 로렌스는 아랍을 이용한 스파이였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영화가 나온 지 4년 뒤였다.

 

이처럼 로렌스 신화의 뒤에는 모든 것이 조작되었거나 식민지 시대의 꼭두각시였다는 평가가 존재한다. 정말 그는 아랍의 영혼을 훔친 사람이었을까?

 

그리고 아랍을 사랑한 그의 행동이 오늘날 끊임없는 중동분쟁의 씨앗이 될 것을 그는 상상이나 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