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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흐, 왜 각목 사건으로 사직서를 냈을까?

화별마 2023. 11. 12. 12:00

바흐 이미지

바흐, 왜 각목 사건으로 사직서를 냈을까?

 

바흐는 다혈질 성격에 자기주장이 강해서 직장에서도 성질을 억누르지 못하고 크고 작은 마찰음을 냈는데, 특히 그가 참지 못했던 것은 음악적 완성도...

 

바흐가 자신의 음악적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음악가들의 실력을 끌어올리는 과정을 보면 그의 다혈질 성격이 그대로 드러난다.

 

어느 날 바순 연주자가 독주 부분을 제대로 연주하지 못하자 바흐는 풋내기라며 모욕적인 언사와 핀잔을 준다바흐에게서 모욕적인 말을 듣고 화가 난 바순 연주자는 앙심을 품고 한밤중에 길을 가던 바흐를 각목으로 내리친다.

 

갑작스러운 공격이었지만, 키가 180cm이나 되던 건장한 체격의 바흐는 다행히 각목을 피해 간신히 도망쳐서 큰 화는 면한다.

 

하지만 바흐는 이 사건을 도저히 그냥 넘어갈 수 없었고 교회 당국에 바순 주자의 징계를 요구하지만, 당국은 오히려 단원들을 좀 유연하게 대하라고 경고한다.

 

교회 당국의 이런 경고에 억울함과 서운함을 참을 수 없었던 바흐는 안 그래도 불만이었던 교회에서 마음이 멀어진다.

 

그렇게 어이없는 일을 겪은 바흐는 마음의 휴식을 찾아 4주간 휴가를 내고 어디론가 향하는데, 그가 발걸음을 옮긴 곳은 당시 오르가니스트 거장이었던 북스테후데가 있던 뤼벡...

 

그는 북스테후데를 만나기 위해 무려 440km를 걸어 보름 만에 뤼벡에 도착한 후, 북스테후데의 화려한 오르간 연주에 흠뻑 빠져 결국 4주가 아닌 4개월 동안 이곳에 머무른다.

 

당시 70대였던 북스테후데는 바흐의 열정과 패기 넘치는 모습을 보고 자신의 후임자가 될 것을 권유한다.

 

그런데 북스테후데가 전임자의 딸과 결혼해서 오르가니스트가 된 것처럼 당시 교회 규칙상 오르간 주자는 전임자의 직계 자손이나 사위만 승계할 수 있었다따라서 바흐도 북스테후데의 딸과 결혼, 그의 사위가 되어야 그 자리에 앉을 수 있는 상황...

 

당시 그의 딸은 18살인 바흐보다 열 살이나 많았고 6자매의 맏딸이라 북스테후데의 맏사위가 되면 결혼과 동시에 5명의 처제까지 챙겨야 했다.

 

바흐는 오르가니스트 자리가 탐이 났지만, 결국 그날 밤 뤼벡에서 도망쳐 북스테후데의 사위가 되진 않았지만, 그의 영향으로 토카타와 푸가등의 작품을 작곡한다.

 

그런데 여행에서 돌아온 바흐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교회 당국의 청문회... 각목 사건에 대한 바흐의 대처를 유감스럽게 생각한 교회는 그동안 쌓인 불만들을 죄목에 추가한다.

 

휴가를 오래 다녀온 죄를 포함, 예배 때 오르간을 너무 오래 연주한 죄, 장식음을 너무 현란하게 써서 교인들을 혼란스럽게 한 죄 등 말도 안 되는 억지 죄목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죄목은 젊은 여성을 오르간 연주석에 데리고 있던 죄로 오르간 연주석에 있던 여성은 바흐보다 1살 많은 육촌 누나 마리아 바르바라...

 

비록 친척 관계지만 사실 바흐는 그녀를 사랑하고 있었는데, 그녀는 바흐 집안의 자손답게 노래를 아주 잘했다. 바흐의 오르간 연주에 맞추어 그녀가 노래하면서 두 사람은 사랑을 키워가는 중으로 바흐가 북스테후데의 사위를 거절했던 가장 큰 이유였다.


결국, 바흐는 이런저런 트집을 잡아 자신을 괴롭히는 교회를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사직서를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