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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고기의 값이 폭락해도 삼겹살의 값을 내리지 않는 이유?

화별마 2023. 9. 2. 15:50

삼겹살 이미지

돼지고기의 값이 폭락해도 삼겹살의 값을 내리지 않는 이유?

 

산지에서는 돼지고기의 값이 폭락했다는데, 왜 음식점에서 파는 삼겹살의 값은 내려가지 않을까? 이런 뉴스를 들을 때마다 그 이유를 몰라 답답했다.

 

돼지를 도축해서 뼈와 내장을 발라낸 것을 지육라고 하는데, 20134월 돼지 지육 가격이 kg3천 원이 채 못 되었다.

 

최소한 kg4천 원이 되어야 본전인데 시장 가격과 원가 사이에는 kg1천 원 차이가 났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난 걸까?


사실 돼지고기는 원가의 60%가 사료값... 따라서 사료값의 변동을 알면 돼지고기의 원가를 대충 알 수 있다.


전문가는 사료의 품질에 따라 다르지만, 좋은 사료 4kg을 먹이면 돼지의 체중이 1kg 정도 늘어난다고 한다.


사육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탄수화물이 주성분인 사료를 먹이면 41의 비율로 고기를 만들어 내는 돼지가 이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자연 상태에서 돼지의 수명은 15년 정도지만, 고기로 먹는 돼지는 생후 7개월 정도의 돼지다.


생후 7개월 만에 도축하는 이유는 고기가 연해서가 아닌 사료가 단백질로 전환되는 마지막 시점이 그때라 생후 7개월 때 도축하는 것이 가장 경제적이다.

 

이렇게 사료의 투여량으로 계산하면 당시 돼지 한 마리 생산 원가는 약 30만 원 정도, 하지만 시장에서는 20만 원에 거래되었다.


그렇다면 kg4천 원을 받아야 본전인 돼지고기를 kg3천 원에 밑지고 파는 이유는 무엇일까돼지를 계속 기르면 사료값이 더 들어가고 도축 후 팔리지 않으면 보관 비용이 추가되기 때문이다.


2013년에 돼지고기 가격이 폭락한 까닭은 시장에 돼지고기의 물량이 늘어났기 때문... 아이러니하게도 구제역 때문이었다.

 

어미돼지는 1년에 새끼를 약 25마리 낳고 새끼가 태어나면 약 6~7개월 정도 기른 후 도축하는데, 새끼 돼지 25마리 중 약 10마리는 죽는다.

하지만 덴마크 같은 낙농 선진국은 돼지고기가 나라의 주력 제품으로 생육 환경을 꾸준히 향상시켜 대부분 도축장으로 간다.

이 차이가 축산업의 원가 경쟁력으로 예를 들어 벨기에 돼지 사육 두수는 약 600만 마리고 한국의 경우 약 900만 마리인데, 연간 도축량은 벨기에가 약 1,100만 마리, 한국은 약 1천만 마리로 우리나라의 도축 수율이 낮다.


그런데 구제역 파동으로 우리나라도 돼지의 생육 환경이 좋아져 죽는 새끼가 7마리 수준으로 줄었고 그 영향으로 당시 시장에 돼지고기 물량이 늘어난 것...


넘쳐나는 돼지고기를 햄이나 베이컨으로 만들어 저장했다가 가격이 회복되면 파는 좋은 아이디어가 있지만,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우리나라는 약 15% 수준에 불과하다. 독특한 삼겹살 입맛 때문이다.

그래서 2013년 도축장에 나온 돼지고기 도매가격이 1kg3천 원인데, 삼겹살만은 1kg1만 원에 팔렸다.

돼지 한 마리를 도축하면 삼겹살은 15% 정도 나온다. 그런데 우리나라 국민이 먹는 돼지고기의 절반은 삼겹살... 따라서 삼겹살은 모자라고 다른 부위는 남아돌아 다른 부위는 값을 낮추어서라도 빨리 팔아야 한다.

그리고 여기서 생긴 손실을 삼겹살을 팔아서 보충하는 것이다. 거기에 산지 돼지고기의 값이 폭락해도 삼겹살은 수입할 만큼 모자라기 때문에 부위별 가격 격차는 더 커지게 마련이다.


산지에서 돼지고기의 값이 아무리 폭락해도 식당에서 파는 돼지고기의 값을 내리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일반적으로 돼지고기 지육 가격의 3배가 삼겹살 가격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