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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킨스가 만들어 낸 밈의 개념은 무엇일까?

화별마 2023. 12. 22. 11:33

밈의 이미지

도킨스가 만들어 낸 밈의 개념은 무엇일까?

1976년 영국의 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가 출간한 이기적인 유전자는 사회생물학의 명저다.

 

특히 이 책에서 소개한 신조어 ’(Meme)은 옥스퍼드 영어 사전에 오르기도 했는데, 밈은 모방 등 비유전적 방법에 의해 전달된다고 여겨지는 문화적 요소라고 사전은 정의하고 있다.


저자에 의하면 문화의 전달은 진화의 형태를 취한다는 점에서 유전자의 전달과 유사하지만, 언어, , 의식과 관행, 예술과 건축 등은 유전적이지 않은 방법을 통해 진화한다는 것...

 

유전자가 특별한 까닭은 복제되기 때문인데, 그렇다면 문화의 전달에도 유전자처럼 복제 기능을 가진 무언가가 있을 테고 이런 문화의 새로운 복제자에게는 문화의 전달 단위 또는 모방 단위라는 개념을 함축하고 있는 명칭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그래서 도킨스는 ‘Gene’(유전자)처럼 한 음절로 발음되는 단어를 찾았고 결국 모방의 뜻이 함축된 그리스어(Mimeme)에서 ‘Meme’()이라는 이름을 만들어 낸다.

밈의 보기로는 노래, 선전 문구, 옷의 패션, 도자기를 굽는 방식, 건물을 짓는 양식 등이 있는데, 거의 모든 문화현상이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도킨스는 유전자가 정자나 난자를 통해 하나의 신체에서 다른 하나의 신체로 건너뛰어 퍼지는 것과 같이, 밈도 모방의 과정을 통해 한 사람의 뇌에서 다른 사람의 뇌로 건너뛰어 퍼져나간다고 생각한다.

 

즉 밈은 바이러스가 숙주 세포에 유전적 메커니즘으로 기생하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전파되는데, 이때 뇌가 중간 매개물이 되는 셈... 그래서 뇌가 밈의 전파에 도움이 되었기 때문에 몸집에 비해 큰 뇌가 진화되었다는 것이다.

이렇게 도킨스가 밈의 개념을 도입하자 뇌의 진화, 언어의 기원, 종교, 섹스 등을 새롭게 해석한 저서들이 연달아 출간된다.

 

1996년 리처드 브로디의 마음의 바이러스와 아론 런치의 생각의 전염이 출간되었고 1999년에는 수잔 블랙모어가 밈 기계를 펴냈는데, 이들의 공통점은 밈으로 문화적 진화를 설명한다는 것...

사실 문화적 진화 개념은 2차 대전 직후 러시아 출신의 생물학자 테오도시우스 도브잔스키에 의해 정립되었는데, 그는 문화는 유전자에 의해 이어지는 것이 아니고 문화는 다른 인간으로부터 학습을 통해 얻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대인 대학살의 배경이 된 인종적 편견에 혐오감을 느낀 도브잔스키는 어떻게 인류가 유전자의 굴레를 극복할 수 있을까 모색한 끝에 그 해답으로 문화적 진화를 내놓았다.

밈의 개념에 대해 관심이 쏠리는 것은 2050년 전후로 사람보다 우수한 기계가 나타나면 인류가 유전에 의한 진화를 마감하고 문화적 진화에 의존하게 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인간의 미래에는 유전자(·gene)보다 밈(meme)이 진화의 주역이 되는 세상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