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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 하늘의 때를 기다리는 일.

화별마 2023. 8. 28. 08:26

낚시 이미지

낚시, 하늘의 때를 기다리는 일.

 

낚시는 기다림을 전제로 하는 취미라 여러모로 끈기가 부족한 사람들은 좋아하지 않는다. 또 낚시광인 사람의 집사람을 휴일 과부라고 부르기도 한다.

 

낚시광 만화가로 유명한 오세호 화백이 그린 만화 미끼를 보면, 조선 시대에도 낚시가 문제가 되었다.

 

그래서 낚시꾼이 병으로 죽으면 가장 먼저 낚싯대와 낚시 관련 용품을 모조리 불태우고 어릴 적부터 낚시에 관심을 가진 자식은 회초리라도 대서 손을 못 대게 했다고...

 

거기에 더해 유림의 낚시에 대한 안 좋은 시각으로 낚시에 대한 기록이 매우 적어 조선 시대에는 낚시에 관련된 기록을 찾아보기 어렵다.

 

누구나 아는 것처럼 낚시하면 우리 기억의 제일 앞자리를 차지하는 사람이 강태공... 그 양반의 낚시 바늘은 일직선 모양이었다그런 바늘을 가지고 수십 년 동안 낚시질을 하는 그를 보고 곧은 바늘에 고기가 잡히겠느냐며 사람들이 물었다.

 

그러자 그는, '나는 고기를 잡는 것이 아니고 세월을 낚는 중이다'라고 대답했다. 세월을 낚는다는 것은 때를 기다린다는 것... 아무 때나 기다리는 것이 아니고 하늘이 정해준 때를 준비하는 마음으로 기다린다는 의미다.

 

그러나 우리는 준비하는 마음으로 하늘의 때를 기다리기보다는 세속적인 욕심에 어두워진 마음으로 내가 정한 때를 하늘의 뜻인 것처럼 밀어붙이며 살아간다어릴 적, 김이 새 나오는 것이 신기해서 아침 밥솥 뚜껑을 열어보려다 어머니에게 혼이 난 기억처럼...

 

뜸을 들이며 기다리는 것처럼 당장의 이익보다 더 나은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얼마간의 기다림이 필요하다그래서 낚시가 심신을 단련하는 레포츠라기보다는 삶의 훌륭한 스승이라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인간이 오랫동안 즐겨온 모든 취미는 우리의 삶과 닮아있고 우리의 삶에 시커먼 먹구름이 몰려왔을 때, 낚싯대를 드리우고 희망을 걷어 올리듯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며 내일을 꿈꾸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삶에서 일어나는 이런저런 희로애락을 만난다. 희로애락을 만나면서 때론 웃고, 때론 눈물을 훔치며 세월을 떠나보낸다.

 

그렇게 세월을 보내는 일 자체가 바로 낚시를 하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