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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우와 한신, 약속이 목숨보다 중요했다.

화별마 2023. 7. 18. 06:53

약속 이미지

 

관우와 한신, 약속이 목숨보다 중요했다.

 

유비의 군대가 조조에게 패하여 뿔뿔이 흩어지고 관우는 유비의 가족을 피신시키다가 조조의 군대에 포위되었을 때 일이다.

 

조조는 인재를 귀하게 여겨 차마 관우를 죽이지 못하고 자신의 모사 곽가를 시켜 투항을 권유, 부하로 삼으려고 했다. 이런 조조 뜻을 알고 있었지만 조사 곽가는 관우는 절대 항복할 자가 아니라고 말한다.

 

그가 이렇게 말한 이유는 무엇일까? 관우는 충성과 의리를 목숨처럼 생각하는 장수라 절대로 투항하지 않을 거리 생각한 것이다.

 

조조의 모사 곽가는 이미 현대 심리학에서 말하는 약속 이행의 원칙을 알고 있었던 것... 사람은 어떤 방식으로든 일단 약속하면 자신의 말과 행동을 일치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자신의 행동은 자연스럽게 자신이 약속한 틀 안에서 움직인다는 것이 이 원칙이다.

 

물론 외부의 강한 압력으로 자신의 의지대로 행동할 수 없는 경우도 있지만, 이런 행동과 노력이 거듭될수록 약속이 지닌 구속력은 더 단단해진다.

 

사람이 이렇게 행동하는 이유는 자신의 생존과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다. 종교적 믿음에 반하는 행동을 하거나,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 사람은 우유부단한 사람 또는 이중적인 사람으로 평가받아 사회로부터 외면받거나 생존 자체가 어려워진다.

 

또 약속은 공개 정도와 정비례하는데, 약속이 공개되어 알게 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구속력 또한 강해져서 그 구속력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10년 전 관우는, 유비, 장비와 함께 격동의 시기에 의기투합해서 새로운 세상을 만들자며 장비의 집 뒤뜰 복숭아밭에서 검은 소와 백마 등 제수를 차려놓고 하늘에 맹세했다.

 

이들의 도원결의가 천하에 알려지자 그 약속을 아는 사람들도 점점 많아졌고, 만약 세 사람 중 어느 한 사람이라도 그 약속을 어기면 온 세상 사람들로부터 손가락질을 받는다는 것은 자명한 일...

 

이 맹세는 관우의 일생에 매우 중요한 사회적 역할을 부여했고, 약속을 지키는 장군으로 살아가도록 만들었다. 그런데 유비, 관우, 장비는 모두 조조에게 패해 뿔뿔이 흩어진 상태... 이렇게 형제들의 생사조차 모르는 상황에서 관우가 유비를 배신하고 조조에게 항복할 리 만무하다.

 

약속 이행의 원칙은 이토록 큰 힘이 있는 걸까? 서한의 개국공신인 한신의 예를 통해서도 이런 현상을 볼 수 있다. 한신이 제나라를 함락시켰을 때, 유방은 항우와 싸움에서 사면초가에 몰려 한신이 천하의 판도를 결정지을 결정적인 힘을 갖고 있었다.

 

모사였던 괴통은 한나라를 배반하라고 했지만, 한신은 모사 괴통의 말을 듣지 않아 결국 토사구팽을 당하고 삼족은 모두 몰살을 당한다.

 

그렇다면 한신은 왜 유방을 배신하지 않았을까? 유방은 그를 대장군으로 임명하고 삼군을 통솔할 권한을 주었다. 한신은 감격해서 큰절을 올리며 충성으로서 은혜에 보답할 것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약속의 이행'이라는 보이지 않는 힘이 관우와 한신, 두 사람이 심리적 갈등상태에 놓였을 때 영향을 미친 것이다. 약속을 저버린 사람이 치러야 할 냉혹한 세상의 비난과 대가... ’약속 이행의 원칙앞에서는 그 누구도 예외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