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학사전/음식 잡학

계륵, 머리가 비상했던 양수를 조조가 목 벤 진짜 이유는?

화별마 2023. 8. 15. 16:18

소설 삼국지 사진

계륵, 머리가 비상했던 양수를 조조가 목 벤 진짜 이유는?

 

조조는 나관중의 삼국지에서는 천하의 간웅으로 묘사했지만, 승자의 기록인 정통 역사서 진수의 삼국지에서는 불세출의 영웅으로 묘사되어 있다물론 역사관의 차이일 수도 있지만, 사실을 교묘하게 왜곡해서 쓴 부분이 있다. ‘계륵이라는 유명한 일화가 그렇다.

 

나관중의 삼국지를 보면 촉의 유비와 한중을 놓고 싸움을 벌였을 때 진격하자니 유비의 수비 때문에 고전할 것 같고 물러가자니 촉나라의 웃음거리가 될 것 같아 조조가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온다. 이 상황에서 한중을 계륵(鷄肋)으로 비유한 것...

 

저녁 식사 때가 되어 당번이 닭국을 가지고 들어와서 조조가 닭국 속 닭갈비를 보고 있을 때 하후돈이 장막을 열면서 야간 암호를 정해달라고 청한다. 이에 조조는 무심코 계륵이라고 했고 계륵이라는 암호를 전해 들은 행군 주부 양수가 병사들에게 곧 철수하니 군장을 꾸리라고 한다.

 

양수의 그런 모습을 보고 왜 군장을 꾸리냐며 하후돈이 물었다. 오늘 밤 암호가 계륵, 즉 닭갈비니 위왕(조조)께서 퇴각하실 듯하다고 대답한다. 그 말을 듣고 하후돈도 짐을 꾸리니 진중에 짐을 꾸리지 않는 장병이 없었다.

 

밤에 조조가 진지를 시찰하는데, 병사들이 모두 짐을 꾸리고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어 급히 하후돈에게 묻자 양수가 왕의 뜻이라며 알려주었다고 대답한다. 조조는 크게 화를 내며 양수의 목을 베어 군문에 걸어놓으라고 명령한다.

 

여기까지만 보면 양수 마음대로 조조의 생각을 헤아려 장병들에게 짐을 꾸리게 했으니 군기 차원에서 목을 베었다고 이해할 수 있지만, 사실 조조에게는 양수를 죽일 수밖에 없는 속사정이 있었다.

 

소설에서는 정통성 때문에 유비를 부각하고 조조를 필요 이상으로 깎아내렸다는 평가를 받는데, 이 계륵의 고사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정통 역사책인 진수의 삼국지에는 계륵과 관련된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다. 따라서 양수를 왜 죽였는지 또 언제 죽였는지에 대한 기록조차 없다.


계륵에 대한 기록은 배송지주(裴松之注)’가 처음 언급했는데, 그는 구주춘추(九州春秋)에서 왕이 계륵이라는 암호를 내리자 관속들은 그 뜻을 몰랐는데 주부인 양수만 알고 스스로 장비를 꾸려 장안으로 돌아갔다고 주석을 달았다.

나관중의 삼국지는 배송지주의 주석을 바탕으로 쓰였는데, 배송지주는 5세기 남조시대의 송나라 역사가로 황제의 명을 받아 진수의 삼국지에 주석을 달아 보완한 인물...

배송지주가 인용한 구주춘추는 삼국시대 직후인 서진 때의 역사가 사마표가 후한 말기, 즉 삼국시대를 주름잡았던 군벌들의 활동 사실을 기록한 책으로 원본은 소실되었다.

 

그러니까 진수의 삼국지를 비롯한 정통 역사책에는 소설 삼국지와는 달리 양수가 왜 죽었는지에 대한 기록이 없는 셈...

다만 많은 역사학자는 조조가 양수의 목을 벤 진짜 이유는 자신이 죽은 후 위나라의 기반을 굳건히 다지려는 깊은 뜻이 담겨 있다고 해석한다.

 

조조가 자신의 후계자로 조비를 책봉했지만, 동생인 조식이 그 자리에 욕심을 냈다. 그런데 그런 조식에게 여러 번 지혜를 빌려준 사람이 머리가 비상한 양수였다는 것...


거기에 더해 양수는 손꼽는 명문가의 아들로 이런 인물이 조식과 결탁하면 태자 조비에게 큰 위협이 될 수밖에 없었기에 자칫 왕자들 간에 싸움 날 경우, 조식의 편에 선 양수는 그야말로 위험인물이었다.

그래서 삼국지 위서열전에도 이런 이유로 양수가 처형당했다고 나온다. 양수의 재능이 아깝지만, 양수가 후계자 싸움에 깊이 개입했기 때문이라는 것... 

 

이렇게 후계자 조비의 통치 기반을 확고하게 하려는 조조의 생각을 나관중은 소설에서 엉뚱한 이야기로 왜곡해 놓은 것이다양수가 죽고 100여 일이 지나 조조도 사망한 것을 보면 조조 역시 재능이 뛰어난 양수의 처형을 최대한 늦추고 싶어 했던 것은 아닐까?


나관중은 소설 삼국지에서 한중지역 공략에 대해 조조가 닭갈비처럼 먹자니 먹을 것이 없고 버리자니 아까워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우유부단한 성격이라고 왜곡했지만, 조조는 한중 공략이 어려워지자 식량 창고인 한중을 과감하게 포기하고 바로 철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