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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세계 문자 역사에서 특별한 이유는?

화별마 2023. 10. 9.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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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세계 문자 역사에서 특별한 이유는?

 

한글은 2가지 측면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글자다. 첫째는 발명된 글자라는 것... 다른 나라의 글자들은 대부분 그림에서 시작해서 글자로 진화했다.

 

하지만 한글은 15세기에 갑자기 만들어진 글자라는 점에서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글자다.

두 번째는 한글은 우리나라 말을 기록하는 데만 사용된다는 것으로 유럽의 경우 포르투갈부터 폴란드까지 가는 동안 언어는 5~6번 바뀌지만, 알파벳은 똑같이 라틴 알파벳을 쓴다.

 

그래서 서양에서는 글자와 말은 분명히 다르다고 생각하지만, 동아시아 3국의 경우는 자기 나라에서만 쓰는 글자이기 때문에 흔히 글자와 말은 같다고 생각하기 쉽다.

 

따라서 한글이 왜 특별한 글자인지 알려면 다른 나라의 글자에 대해서도 알 필요가 있다.

 

사실 이 세상에는 말의 종류가 엄청나게 많은데, Ethnologue라는 언어 관련 웹사이트에 들어가 보면 전 세계 사람들은 7천 개가 넘는 말(언어)로 소통한다고 소개하고 있다.

 

그런데 세계 사람들이 사용하는 글자는 대부분 4개 알파벳 중 하나를 사용하고 있는데, 영어권 말을 표기하는 라틴 알파벳과 러시아어를 표기하는 시릴릭 알파벳, 한문 그리고 아랍어를 표기하는 아라빅 알파벳이 있다.


이렇게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쓰는 글자 중 라틴 알파벳과 시릴릭 알파벳 그리고 아라빅 알파벳은 뿌리가 같다.

 

이런 사실은 세계 글자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이야기다. 따라서 여기서부터 글자 이야기를 시작할 수밖에 없다.

어느 순간 사람들은 말로 소통하다가 자신이 한 말을 저장할 수 없을까 하고 고민을 했을 것이다.

 

자신이 말을 하고도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 못 할 때도 있고, 다른 사람의 말을 전달할 때도 그 내용이 바뀌는 경우도 많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 말을 정확하게 보존하고 시간이 지나더라도 분명하게 알 수 있는 글자가 필요하게 되었을 것이다.

그 필요에 따라 글자라는 기호를 만들게 되는데, 글자를 만드는 가장 쉬운 방법은 말의 소리를 그대로 적는 것...

 

그런데 글자가 없던 때 사람들은 이런 식으로 사람의 말을 기록하는 것은 굉장히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사람마다 똑같은 단어를 발음하는 방식이 다르고, 특히 사투리 같은 경우는 아예 달랐기 때문이다.


여기서 우리의 언어생활을 보면 소머리 국밥이라는 단어에 들어가는 소()하고 소화할 때 들어가는 소(), 그리고 소형할 때 들어가는 소(小)자가 소리는 같지만, 다른 의미라는 것을 알고 있다.

 

이런 상황을 언어학자는 음소는 같은데 형태소는 다르다고 한다. 따라서 사람마다 발음이 다르면 음소가 아닌 형태소로 기록하면 더 정확하다.

 

그래서 동아시아의 한문처럼 대부분의 고대 언어는 형태소를 적는 방법으로 문자가 발명된다.


이렇게 한문처럼 형태소를 쓰는 글자를 Morphemic Writing이라 하고 한글이나 영어의 알파벳처럼 소리를 적는 글자를 Phonetic Writing이라고 구분한다.

 

Morphemic Writing의 경우 소리와 의미가 쌍을 이루어 하나의 글자가 만들어져 소 우()하면 소라는 의미지만 발음은 우라고 한다마찬가지로 고대 이집트의 글자를 보면 소머리처럼 생긴 글자가 있고 발음은 알프라고 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글자는 처음에는 종교적 이유로 그리고 그 후에는 세금을 거두기 위해 사용되었다고...

 

또 기원전 2500년대는 소를 뜻하는 글자를 보면 소머리를 정교하게 그렸지만, 기원전 1600~1700년대가 되면 2개의 뿔이 나온 삼각형으로 단순화된다..


그래서 단순화된 중국의 갑골문자나 고대 그리스의 초기 문자를 상형 문자라고 부른다.

 

많은 나라의 말(언어)을 라틴 알파벳으로 쓸 수 있게 한 것은, 고대 페니키아 민족으로 그들은 배를 타고 지중해를 건너 스페인과 북아프리카 모로코까지 진출, 여러 부족의 특산품에 대해 잘 알았다.

그러나 여러 민족과 거래하다 보니 형태소로 적는 글자의 한계에 부딪히는데, 그것은 자신의 나라 언어()에 없던 처음 보는 물건의 이름을 발음 그대로 적을 수가 없던 것...


여기서 세계 문자의 역사에 가장 큰 변화가 나타나는데, 글자의 원래 의미와 발음을 떼어버린 것이다.

 

소머리를 그린 알프라는 소리가 소라는 의미를 동시에 가지고 있었다면, ‘알프라고 발음하지 않고 그냥 라고 기록하며 알파벳의 기초가 된다.

 

그때부터 고대 그리스는 알파, 오메가, 감마 같은 그리스 알파벳을 만들었고, 이탈리아에 살고 있던 에트루리아 민족의 글자를 차용, 로마 제국이 자신들의 방식으로 바꾸어 지금의 라틴 알파벳을 만든다.

 

그러니까 고대 이집트 알파벳에서 소리와 글자를 떼어내서 만든 3개의 알파벳을 전 세계의 과반수가 지금 사용하고 있다.


이제는 글로벌 시대가 되면서 표음문자 즉, 소리를 그대로 적을 수 있는 문자가 훨씬 유리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나라가 동아시아 국가 중에서 외국 문화를 가장 손쉽게 받아들이고 가장 우리 방식으로 소화를 잘하는 이유는 한글이 외국 단어를 그대로 갖다가 우리 식으로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힙합하면 한문으로 이것을 표현하려면 소리와 뜻을 어떻게 맞추어야 할지 많은 고민을 해야 하지만, 우리는 한글로 힙합’, 이렇게 바로 쓸 수가 있다.

 

이처럼 다른 나라가 가지고 있는 문화와 지식을 원형 그대로 바로 적을 수 있는 것이 한글의 커다란 장점이다.


그래서 우리나라가 케이팝을 발전시키고 여러 가지 퓨전을 잘하는 배경에는 한글이 외국어를 있는 그대로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얼마나 위대한 글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