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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증동국여지승람, 500년 전 조선 사회를 생생하게 담은 지리지.

화별마 2023. 10. 7. 08:35

신증동국여지승람 사진

신증동국여지승람, 500년 전 조선 사회를 생생하게 담은 지리지.

 

조선 전기 지리지 편찬사업은 동국여지승람(東國與地勝覽)의 완성으로 결실을 보았는데, ‘팔도지리지를 토대로 서거정이 편찬한 동문선의 시문을 합한 형태로 만들었다.

 

처음에는 훈구파 세력들이 중심이 되었다가 김종직과 최부 등 사림파 세력이 편찬에 참여해서 동국여지승람은 훈구파와 사림파가 힘을 합쳐 간행한 지리지라는 점에 의미가 크다.

 

그 후 중종이 즉위하자 동국여지승람의 내용을 보완하고 수정하라는 지시를 내려 성종 이후에 변화된 사항들을 폭넓게 담고자 했다.

 

이에 따라 이행, 윤은보, 홍언필 등이 중심이 되어 1530년 ‘신증동국여지승람’을 편찬했는데, 이 지리지는 55권 25책에 달하는 방대한 내용으로 전국 군현의 사회, 경제, 문화에 관한 사항을 자세히 담았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500여 년 전 조선 사회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지방 특산물의 경우 영광의 조기, 영덕의 대게, 풍기의 인삼, 담양의 대나무, 상주의 감, 제주의 귤 등 현재도 전국적으로 유명한 특산물들이 기록되어 있고 대게는 자해(紫蟹), 즉 붉은 게로 기록되어 있으며 귤은 금귤, 산귤, 동정귤, 왜귤, 청귤의 다섯 종류가 있다고 적혀 있다.

 

또 조선의 궁궐 및 관청 건물이 모두 목재로 만들어진 탓에 화재 위험이 매우 높아 화재를 막기 위해 수성금화사(修城禁火司)라는 지금의 소방서와 같은 관청이 서울의 종루에 설치되었고 수성금화사는 각종 소화 기구와 멸화군(滅火軍)이라고 불리는 소방대원 50여 명이 24시간 근무를 했다고 기록되어 있다.

 

그런가 하면 한성부의 교량항목에는 혜정교, 대광통교, 소광통교, 통운교, 연지동교, 동교, 광제교, 홍제교 등 조선 전기부터 존재했던 다리의 명칭과 위치가 기록되어 있어서 청계천을 중심으로 한 조선 시대 시가의 모습을 유추할 수 있다.

 

부산에 관한 내용 중에는 부산의 연원에 대한 기록이 눈길을 끄는데, 당시 부산은 동래현의 산천항목에 기록될 정도로 도시라기보다는 산으로서 의미가 컸다.

 

그 밖에 거제 현 형승항목은 고려 시대 학자 이규보의 시를 인용해서 여름이면 벌보다 큰 모기가 사람을 무는데 참으로 무섭다고 했고 개성부 탁타교(雅駝橋) 항목에는 고려 태조 왕건이 거란에서 보내온 낙타를 굶겨 죽인 데서 다리의 이름이 유래되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렇게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조선 시대 향토의 역사와 풍속을 찾아보며 시간여행을 하는 재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