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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 기업과 한계 산업이 늘어나는 이유는?

화별마 2023. 9. 7. 18:51

좀비 기업 이미지

좀비 기업과 한계 산업이 늘어나는 이유는?

 

세상이 어수선해서인지 몇 년 전부터 좀비가 등장하는 공포 영화가 부쩍 늘어났다.

 

좀비는 1968년 미국 조지 앤드루 로메로 감독이 만든 영화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에 처음 등장했고 1980년대 초 마이클 잭슨의 전성기에 발표한 스릴러라는 노래의 뮤직비디오에 좀비들이 잔뜩 나왔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1980년대 홍콩에서 중국판 좀비인 강시 관련 영화가 상당수 제작되면서 큰 인기를 얻었고 우리나라에서도 2016년 영화 부산행이 본격적인 좀비 영화로 제작되어 천만 관객을 돌파했다.

영어권에 이 단어가 처음 소개된 것은 로버트 사우디라는 시인이 1819년에 출간한 브라질의 역사라는 책에서 브라질 반란군의 우두머리 이름을 좀비라고 기록하면서...

 

그런데 19세기 후반 서방 세계에 아이티의 부두교에서 마법으로 되살아난 죽은 자가 좀비라고 불린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몇 년 전부터 우리나라 기업의 구조조정이 제기되면서 조선과 건설산업 내의 좀비 기업이 자주 거론되고 있다. 좀비 기업은 몇 년째 영업이익으로 대출금의 이자도 갚지 못하는 기업들을 말한다.

은행들이 지원을 끊으면 파산할 수도 있어 자체적으로든 채권단의 주도로든 구조조정을 해서 수익성을 회복하지 않으면 기업의 장기 생존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좀비라는 말을 기업에 적용한 것은 1987년 보스턴 대학의 에드워드 케인 교수가 당시 대출 부실로 큰 어려움을 겪고 감독 당국의 지원으로 연명해 가던 저축은행들을 좀비라고 부르면서...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는 언제부터 이 용어가 쓰이기 시작했을까? 1990년대 말 외환위기 전후로 외국 언론과 증권사들이 수익성이 바닥에 떨어진 국내 기업과 금융기관을 그렇게 지칭한 이후부터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한국의 상장사 중 17.5%가 한계기업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기업이 이렇게 된 것은 자기 잘못만일까? 지난 20년간 우리나라 경제는 체질이 악화되는 방향으로 진행되었다.


이 문제는 보수와 진보 정권 모두 그 책임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김영삼 정부는 준비 안 된 세계화로 외환위기를 초래했고, 김대중 정부는 이를 수습한다면서 총통화량을 4배 이상 급증시키고 카드 사용을 장려, 집값 폭등과 가계부채 급등의 도화선에 불을 붙였다.

 

또 노무현 정부는 집값 억제와 지방 균형 발전을 명분으로 신도시 건설을 추진했으나 이렇게 풀린 토지보상금이 오히려 집값을 더 뛰게 만들었고 가계부채도 계속 급증했다.


그런가 하면 이명박 정부는 글로벌 경제 위기에 대처한다는 명분으로 고환율 정책을 추진, 일부 수출 대기업의 수익을 급증시킨 대신 이들이 주도한 임금 인상이 전 산업으로 확산되어 상당수 산업이 조기에 한계산업화가 되어 버렸다.

 

이런 뒤죽박죽 거시 정책의 결과로 과잉 투자와 임금 폭등, 내수 위축 등이 바로 이들 기업의 좀비화에 영향을 준 것이다.

 

새로 출발한 정부도 이런 실수를 답습한다면 좀비 기업의 수는 더욱 늘어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