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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학자 헬렌 피셔, 남녀 성의 과학적 접근 시도.

화별마 2023. 7. 16. 09:01

헬렌 피셔 사진

인류학자 헬렌 피셔, 남녀 성의 과학적 접근 시도.

 

인류학자 헬렌 피셔는 사랑과 연애에 대해 과학적 접근으로 학문적 성과를 이룬 독보적 인물이다그녀는 1992년에 출간한 왜 사람은 바람을 피우고 싶어 할까?’라는 자신의 책이 지금은 고전이 될 정도로 연애를 바라보는 시각에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 그리고 남녀의 타고 난 차이에 대한 오해를 과학으로 규명하려는 인류학자다.

 

먼저 그녀는 상당수의 동물 집단에서 암컷이 사냥을 나간다는 사실을 주목한다. 또 동물 사회에서는 암컷들이 수동적이지 않다는 것도 알려준다예를 들면 암컷 침팬지의 85%가 먼저 섹스를 유도하고, 흥분하면 여러 수컷과 교미를 한다는 것... 이 현상은 남자가 여자를 먼저 유혹, 섹스를 하도록 태어났다는 말과는 반대다. 남자가 난교하는 것도 타고났다는 생각도 마찬가지...

 

따라서 진화생물학을 믿을수록 여자는 남자만큼이나 바람피울 가능성이 많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하며, 남자는 바람을 피워도 되고 여자는 안 된다는 이중 잣대가 비교적 최근에 생겨났는데 농경사회와 함께 나타난 현상이라고... 

 

사유 재산의 교환 체제가 생긴 농경사회에서 여성이 볼모가 되면서 여성의 가치가 순결에 좌우되고 그 때문에 여성의 성이 엄격한 감시의 대상이 되었다는 것...

 

그녀는 우리에게 깊이 각인되어 있는 통념을 깨는 데도 큰 역할을 했다. 그동안 인간의 연애 행동을 생물학적 측면에서 설명한 것은 주로 남녀 불평등이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것을 설득하기 위해 주로 사용되었다고 말한다.

 

가령 첫눈에 반한 사랑. 인간이 만나자마자 다른 인간을 좋아할 수 있는 능력은 어디에서 비롯됐을까? 어쩌면 첫눈에 반한 사랑은 동물들이 가진 중요한 적응 기능인지 모른다고 말한다.

 

암컷 다람쥐는 교미 시기에 번식해야 한다. 아무리 고슴도치가 마음에 들어 교미해도 도움이 안 된다. 하지만 건강한 수컷 다람쥐를 발견하면 시간 낭비를 하면 안 된다. 암컷은 수컷을 가늠해보고 적당해 보인다면 교미를 해야 한다.

 

따라서 첫눈에 반한 사랑은 짝짓기를 앞당기기 위한 본능일 뿐인지 모른다. 이렇게 인간의 조상들 사이에서도 첫눈에 반하는 감정은 본능으로 진화했다는 것이다.

 

이런 본능은 아이를 원하면 고슴도치와 섹스해서는 안 되지만 적당한 남자라면 누구하고 자도 괜찮다는 말... 물론 열등한 유전자를 가진 남자들은 가려내야 하지만 그래도 쓸 만한 목표물은 제법 있을 것이다그러나 현실은 많은 세월이 지나도 자고 싶은 남자를 만나지 못할 수도 있다. 섹스할 때마다 아기를 갖지 않으려고 애쓰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진화생물학에서 말하듯 섹스를 하고 싶은 열망이 아기를 갖고 싶은 본능에서 나온다면 왜 아이가 생기지 않도록 신경을 쓸까? 괜찮은 남자와 섹스를 거부하는 경우, 아기가 생기지 않는다는 것을 보장할 수 없을 때가 많다.

 

이렇게 인간의 욕망은 동물의 본능과는 완전히 다르다는 것이 그녀의 주장... 그리고 인간의 성은 생식과도 별 관계가 없고, 동물은 주로 임신을 위해 섹스를 하지만 인간은 사랑을 표현하기 위해서, 친밀해지기 위해서, 쾌락을 경험하고 심지어는 초월하기 위해서라는 다양한 이유로 섹스를 한다는 것... 또 여자는 임신했어도, 아이를 갖기에 나이가 많아도 섹스를 한다. 아이를 가지려는 사람들도 임신에 필요한 횟수보다 훨씬 더 많은 섹스를 한다.

 

생물학적 관점에서는 시기를 잘 맞추고 임신에 문제가 없을 때라면, 아이 다섯을 원한다면 평생 다섯 번만 섹스하면 된다. 하지만 그렇게 섹스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생식은 인간 성의 일부분이며 상대적으로 삶의 작은 부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것...

 

왜 사람은 바람을 피우고 싶어 할까에서 여자가 생식과 상관없이 섹스하고, 남자만큼 난잡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헬렌 피셔가 진화론적으로 규명한 점은 놀라운 일이다.

 

남자의 난교는 진화론적 관점에서 보면 말이 된다. 남자는 최대한 널리 씨를 퍼뜨리도록 태어났기 때문이다. 그런데 반대로 여자가 방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자는 아이를 한 번에 하나 혹은 많아야 몇 명밖에 낳지 못하는데도 말이다.

 

그녀는 여자가 여러 남자를 전전하는 것은 가능한 많은 남자들에게 호의를 얻기 위해서라고 설명한다. 즉 여자는 아버지를 헷갈리게 해서 이 사회의 모든 남자들이 자신과 아이들에게 잘해주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생식이라는 명령이 진화과정에서 여자에게 그렇게 각인되게 만들었다는 것...하지만 이런 각인이 존재한다 해도 여자의 성과 연애 행동을 결정하는 모든 사회적 영향력과 이를 따로 분리할 수 없다는 설명하기 어려운 점이 남아있다.

 

결론은 남녀의 성과 연애를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금의 고정관념을 느슨하게 보는 일이 여자뿐만 아니라 남자도 자유롭게 만든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