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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간잽이, 고등어에 염장 지르는 사람은 누구?

화별마 2023. 12. 15. 11:14

얼간잽이 이미지

얼간잽이, 고등어에 염장 지르는 사람은 누구?

 

고등어는 서민의 생선으로 귀족 티가 물씬 나는 도미 따위와는 도무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푸르뎅뎅한 겉모습도 그렇고 제수 음식으로 귀한 대접받는 조기와 비교해도 그렇다.

 

그저 사시사철 소박한 밥상에 한 번씩 올라와 온 가족에게 고단백질을 제공하는 흔한 먹거리로 고등어의 이런 지위는 지금도 달라진 게 없다.

하지만 쌀뜨물에 담가서 소금간을 적당히 뺀 뒤 밥을 짓고 남은 숯불에 석쇠 올려놓고 노릇노릇 구워낸 안동 간고등어의 짭조름하고 독특한 맛은 영남 일대에서는 구한말부터 널리 알려졌다.

 

예로부터 내륙에서는 생선이 귀해서 당시 고등어 집산지 동해안 영덕에서 생물 고등어를 소달구지에 싣고 와야 하는데, 밤새 와도 안동까지밖에 못 왔다그래서 남은 고등어를 충주나 서울 등에 내다 팔려고 왕소금 듬뿍 치면서 생겨난 것이 바로 간고등어...

자연스럽게 안동지역에서 염장 기술이 발달했는데, 특히 반찬거리가 마땅찮은 봄날, 간고등어는 내륙 주민들에게 단백질원이었고 때론 입맛 없는 바닷가 사람들도 찾을 만큼 명물이 된다.

 

그리고 안동 사람들은 차례상에, 끝에 자가 붙은 생선을 절대 올리지 않지만, 아무리 돈이 없어도 빠뜨리지 않는 생선이 상어와 조기 그리고 간고등어다.

현재 만들어지는 간고등어는 안동 전래의 오리지널과는 조금 다르다.

 

간고등어에는 두 종류가 있는데 흔히 독간잽이로 불리는 원래의 자반은 부패 직전의 고등어에 소금을 듬뿍 친 것으로 장기 보관에 적합하지만, 한 토막으로 밥 두 공기를 비울 만큼 너무 짜서 1960년대 이후 자취를 감췄다.

지금의 간고등어는 자반 중 최상으로 치는 갓 잡아 올린 고등어를 배에서 바로 염장한 뱃자반 맛을 살린 속칭 ‘얼간잽이’... 따라서 얼간잽이는 맛도 그만이고 의외로 짜지 않아 놀란다.

간고등어를 만드는 데는 손이 열 차례 이상 가는데, 부산 공동어시장에서 신선한 제주산 고등어가 직송되면 먼저 칼로 내장을 도려낸 뒤 맹물에 담가 최소한 1시간 이상 핏기를 뺀다.

 

다음에는 왕소금을 치고 바닷물과 같은 염도의 소금물에 서너 시간 담갔다가 다시 ‘물빼기’ 작업을 한 후 염도를 맞추어 숙성고에서 24시간 숙성시켜 소금기가 골고루 밴 다음 포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