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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핸드 기타리스트, 나는 누구일까요?

화별마 2023. 8. 11. 18:01

에릭 클랩튼 사진

슬로핸드 기타리스트, 나는 누구일까요?

 

나는 기타를 치며 노래하는 것을 제일 좋아하지요. 영국의 어느 작은 마을에서 태어날 때만 해도 어머니가 열여섯의 꽃다운 나이인 줄은 전혀 몰랐습니다. 그래서 나는 외가에서 자랐지요.

 

자연스럽게 부모님은 할아버지와 할머니였고, 외로움과 고독 그리고 끝없는 방황, 그것들이 나의 더없이 친한 친구였습니다.

 

내가 14살 되던 해, 기타 한 대가 생겼지요. 외할머니께서 사주셨습니다. 친구가 하나 더 늘어난 셈이지요. 그 친구는 그 후 지금까지 내 가장 친한 친구입니다.

 

그 기타는 내 투정도 잘 받아주었고 화도 잘 내지 않았으며 밤낮을 가리지 않고 항상 곁에 있어 주었던 친구이지요그래서 매일 기타를 쳤습니다. 또 한없이 슬플 때는 조용히 함께 울기도 했지요. 내게 있어 그저 놀이였던 그 기타...

 

그러나 지금 사람들은 나를 향해 기타의 신(The Guitar God)'이라는 최고의 찬사를 보내고 있지요. 고멜스키(Giorgio Gomelsky)는 슬로핸드(Slowhand)라는 별명까지 지어 주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최고의 자리에서 분에 넘치는 인기를 누렸지만 나는 늘 고독했지요. 1970년대 초반은 술과 마약에 빠져 뒷골목에서 보냈습니다. 그때도 기타는 곁에 있었지요.

 

또 다른 한 친구가 있었습니다. 조지 해리슨이지요. While My Guitar Gently Weeps라는 노래를 부를 때 기타를 쳐주면서 우정을 쌓아갔습니다.

 

나는 그 절친한 음악 친구를 애태우게 한 적도 있지요. 그의 아내 패티 보이드를 빼앗아 결혼했기 때문이지요. 내가 그녀를 위해 불렀던 연가 'Layla'의 힘이었습니다.

 

그 후 그 친구는 ‘So Sad’‘Bye Bye Love’를 부르며 실연의 아픔을 달랬고 나는 ‘Wonderful Tonight’에 취해 있었지요. 그러나 10년도 못 가서 발병이 났습니다.

 

󰡐로리 델 산토라는 이탈리아 여인이 새로이 다가왔지요. 사실 패티는 아이를 갖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로리는 아들 코너를 낳았지요. 매우 행복했습니다그래서 나는 술과 마약을 끊겠다고 신에게 맹세했지요. 그러나 그 행복은 노래 한 곡의 길이만큼이나 빨리 끝났습니다.

 

네 살배기 어린 코너가 55층 아파트에서 추락해서 죽었기 때문입니다. 너무도 슬퍼 ’Tears In Heaven‘을 불렀지요. 전 세계가 함께 울었습니다.

 

짓궂게도 새로운 사랑이 다가왔지요. 그녀는 31세 연하의 아리따운 디자이너 멜리아 맥에너리였습니다. 런던 교외 막달레나 교회에서 결혼했지요. 그 교회는 내 아들 코너가 잠든 곳입니다.

 

지금 예쁜 딸 줄리 로즈가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습니다. 참으로 행복합니다. 이제 이 행복이 내가 부른 노래 ’Layla‘만큼 길었으면 좋겠어요.

 

아니 되돌이표가 가득한 새로운 ’Layla‘이면 더 좋겠습니다. 그래서 ’Tears In Heaven‘은 이제 그만 부르고 싶어요. 왜냐하면, 이제는 제발 행복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지금 여기서 천국의 삶을 누리고 싶어요. 제발 도와주세요. 나는 1945330일 생, 기타리스트 에릭 패트릭 클랩(Eric Patrick Clapp)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