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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글라스, 기선을 제압하려면 짙은 색을 써라!

화별마 2023. 7. 13. 16:43

선글라스 사진

선글라스, 기선을 제압하려면 짙은 색을 써라!

 

15세기 이전에는 대부분의 첨단 문물은 아시아에서 서양으로 전파되는 경우가 많았다. 중국의 4대 발명품 중 제지 기술을 뺀 인쇄술과 화약 그리고 나침판 제조 기술이 모두 중국 송나라 시절 실크로드를 통해 서방으로 건너갔다. 색안경 제조 기술도 이 무렵에 실크로드를 건너 서양으로 건너갔으리라 추측한다.

 

11세기 이후, 중국 송나라 재판관은 재판할 때마다 색안경을 썼다고... 엄숙한 법정에서 재판관의 색안경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 물건이지만 신문 중인 죄인에게 자신의 눈을 보여주지 않으려는 이유였다. 눈동자의 흔들림만으로도 재판관의 마음이 노출되기 때문...

 

송나라 때 재판관이 쓰던 안경은 전혀 도수가 없는 색안경으로 눈부심을 방지하는 기능도 없었고 오로지 표정을 들키지 않기 위해 흐린 렌즈를 썼다당시 재판관들이 썼던 안경은 연수정(煙水晶)으로 만들어졌는데 연기에 그을린 듯한 색깔이라 이름도 연수정(煙水晶)이다.

 

색안경이 아닌 시력 교정용 안경이 처음 등장한 것은 13세기경 무렵, 중국과 이탈리아... 특히 유리 제조 기술이 발달했던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명품 안경을 만들어 냈다학자마다 견해는 다르지만 시력 교정용 안경은 오히려 실크로드를 통해 서양에서 중국으로 전파가 되었다고 보는 편...

 

15세기 중반, 이탈리아 법정에서도 색안경을 사용했다. 이유는 송나라 때와 마찬가지로 재판관들의 표정을 감추기 위해서였다.

 

안경의 역사가 바뀐 것은 20세기 중반, 미국에서였다. 1930년대 중반, 비행하던 공군 조종사들이 구토와 두통 그리고 어지럼증을 호소했다. 그리고 비행 도중 순간적으로 시력을 잃어 대형 사고로 이어질 위험도 증가했다.

 

그 이유를 군용기의 성능을 테스트하던 어느 공군 장교가 찾아냈는데, 조종사들은 고도가 높을수록 태양광선에 직접 노출되어 부작용으로 그런 증세가 나타났던 것...

 

미국 공군은 광학기기와 의료기기를 생산하던 회사 바슈롬에게 보안경을 만들어 줄 것을 요청했고, 바슈롬은 눈부심을 막을 수 있는 초록색을 칠한 특수 렌즈를 개발, 비행을 훨씬 편하게 해 주었다..

 

이 회사는 보안경이 일반인의 눈부심을 방지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거라 판단했고 1937, 일반인들을 위한 안경을 만들었는데, 이때 출시된 선글라스 브랜드가 바로 레이밴(Ray Ban)... 말 그대로 광선(Ray)을 차단(Banish)하는 안경으로 현대적인 의미의 선글라스였다.

 

그 후, 2차 세계대전이 발발했고 레이밴은 별도로 홍보하지 않았지만 연일 신문과 방송에 노출되었는데 당시 미국 사령관이었던 더글러스 맥아더가 늘 끼고 살던 선글라스가 레이밴이었기 때문... 덕분에 레이밴은 선글라스의 대중화에 성공한다.

 

아직도 눈빛을 들키지 않고 자신의 표정을 숨기기 위해 선글라스를 쓰는 사람들이 많은데 북한군과의 기싸움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 근무하는 대한민국 군인들의 선글라스가 그렇다.

 

당당해지고 싶고 자신의 강한 모습과 기선 제압을 하고 싶다면 여러분의 눈이 전혀 보이지 않는 짙은 선글라스를 써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