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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본질, 두려움 없이 뛰어드는 것일까?

화별마 2023. 11. 30. 20:42

사랑의 본질 이미지

사랑의 본질, 두려움 없이 뛰어드는 것일까?

 

작가 장 콕토는 사랑의 본질을 공포와 불안에서 찾았는데 사랑하는 것은, 바로 사랑받지 못할까 불안에 떠는 일임을 그는 알고 있었다.

 

이렇게 사랑을 떠올리면 두려움이 먼저 연상되는 것은 사랑받지 못하는 불안을 주변의 많은 사례와 타인의 시선을 통해 학습했기 때문은 아닐까?

 

하지만 근대 이전의 많은 사랑 이야기를 살펴보면 사랑의 본질은 일단 두려움 없이, 거침없이, 무턱대고 뛰어들고 보는 것이었다.

 

특히 그리스 신화를 읽어보면 사랑받지 못할까 두려워하는 신들은 거의 없으며 신들은 수줍은 고백도 없이 무조건 대상을 향해 돌진한다.

 

이런 두려움이 없는 사랑의 대명사는 제우스가 대표적.... 제우스는 상대를 향해 예의를 차리거나 상대방의 감정을 배려해 주는 일 따위는 없다.

 

오로지 그의 관심은 앞에 놓인 금지된 장벽을 깨고 여인들과 육체적으로 결합하는 것으로 로맨틱한 구석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다.

 

그는 전형적인 나쁜 남자로 너무 쉽게 모든 것을 얻어 안타까운 사랑의 감정이나 고백하지 못한 채 남아 있는 감정이 없다즉 제우스에게 사랑의 내면은 없고 행동이 전부인데, 이것이 현대인과 가장 다른 점이다.

 

현대인은 행동보다는 고백하지 못하는 내면의 말들이 훨씬 많아 그 때문에 우울증에 걸리고 슬픔에 빠지며 각종 트라우마와 콤플렉스 속에 살아간다.

 

현대인에게 사랑은 제우스의 끝나지 않는 변신 놀이처럼 신나는 모험이 아닌 카프카 소설 속 인물들이 보여주는 우울한 열정이다.

 

너무도 어렵고 힘든 과제가 되어버린 현대인의 사랑은 과연 처음부터 이토록 힘들었을까? 사실 사랑의 대명사인 에로스 혹은 큐피드에게 사랑의 본질은 놀이였다.

 

큐피드는 맞기만 하면 사랑에 빠지는 화살과 맞기만 하면 절대로 사랑에 빠지지 않는 화살을 모두 관장했다.

 

물론 걸핏하면 쏘아대는 화살은 사랑에 빠지는 화살이었지만, 가끔 큐피드를 화나게 만든 사람들을 괴롭히기 위해 사랑에 빠지지 않는 화살을 쏘기도 한다.

 

큐피드의 노여움을 단단히 산 아폴로에게는 사랑에 빠지는 화살을 쏘았지만, 그가 첫눈에 반한 다프네에게는 절대로 사랑에 빠지지 않는 화살을 쏘아서 자신의 개구쟁이 본성을 드러낸다.

 

사랑에 빠진 사람에게는 사랑이 심각한 화두지만, 타인의 눈에 비친 사랑은 결과도. 원인도 예측 불가능한 영원한 놀이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래서 모든 사랑은 당사자에게는 비극이지만, 바라보는 자에게는 희극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