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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의 화식열전, 법 테두리 안에서 재산을 불린 부자 이야기.

화별마 2023. 8. 13. 22:06

사마천의 사기 이미지

사기의 화식열전, 법 테두리 안에서 재산을 불린 부자 이야기.

 

살아오면서 산전수전을 겪지 않고는 사마천 앞에서 인간의 삶을 논할 수 없을 것이다. 황제의 총신에서 하루아침에 신분이 사형수로 바뀌고 결국 치욕의 궁형까지 당했던 사마천...

 

그런 그가 남긴 불멸의 역사서 사기는 제왕의 연대기인 본기(本紀) 12, 제후와 왕을 중심으로 한 세가(世家) 30, 역대 제도 문물의 연혁에 관한 서() 8, 연표인 표() 10, 시대를 상징하는 뛰어난 개인의 활동을 다룬 전기 열전(列傳) 70, 130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런데 물질을 추구하기보다는 명분을 추구했던 선비들의 삶을 더 높이 샀던 시대에 사기의 맨 마지막 제69편의 화식열전(貨殖列傳), 즉 사기에 부자와 돈벌이 이야기가 포함된 것이 조금 의외다.

 

화식열전에서 화식(貨殖)의 화()는 재산이고 식()은 불어난다는 의미로 사기의 마지막 화식열전은 춘추 말부터 한나라 초까지 법 테두리 내에서 자신의 능력으로 재산을 불린 인물들의 이야기...

 

사실 살기가 어려운 시절일수록 부자가 되는 법에 더 솔깃해지는 것은 인지상정... 따라서 사람들의 부()에 대한 관심은 자본주의가 나타나기 훨씬 전부터 있었고 그때도 부를 축적한 자는 예외적인 대우를 받았다.

 

그러나 사기의 제69편은 현명한 부자들의 이야기에 그치지 않고 사마천이 살았던 시대에 각 지방의 생산물이나 지방의 습관과 풍속에 대한 자세한 설명까지 곁들여 당시 경제활동을 짐작할 수 있는 자료까지 담고 있다.

 

사실 사마천이 살았던 한나라는 공자의 뜻을 받들어서 공부하는 선비들이 세상의 중심이었다. 따라서 상업은 천한 일로 여겨졌으며 학문하는 사람이 돈을 밝히는 것을 추하게 생각했다.

 

그러나 사마천은 이런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현대적이고 경제적인 논리를 폈고 이미 그때 부자의 미덕에 대해 또 돈의 위력에 대해 기록을 했다.

 

또 사마천은 제69편 화식열전(貨殖列傳)에서 재산이 없는 사람은 힘써서 생활하고 약간 있는 사람은 지혜를 써서 더 불리고 이미 많은 재산을 가진 사람은 시기를 노려 이익을 더 보려고 한다. 이것이 삶의 진리라고 말했다.

 

그리고 보통 사람들은 다른 사람이 자기보다 10배 부자면 그를 헐뜯고 100배가 되면 그를 두려워하며 1,000배가 되면 그의 일을 해주고 10,000배가 되면 그의 하인이 되니 이것이 사물의 이치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들은 강력한 무의 방법으로 모든 것을 얻었고 점잖은 문의 방법으로 재산을 지켰으므로 이러한 방법의 변화에는 절도가 있고 순서가 있어 이야기할 만한 것이라고 했다

 

이를 미루어볼 때 부자가 되는 것에는 정해진 직업이 없고 재물에는 일정한 주인이 없는 것이며 재능이 있는 자에게는 재물이 모이고 못난 사람에게는 기왓장 흩어지듯 재물이 흩어져 버린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