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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북일기, 조선 군관의 일상과 남녀 간의 성 풍속 기록.

화별마 2023. 8. 4. 10:13

부북일기 사진

부북일기, 조선 군관의 일상과 남녀 간의 성 풍속 기록.

 

부북일기(赴北日記)는 조선 시대 울산에 살았던 울산 박 씨 박계숙(朴繼叔, 15691646)과 아들 박취문(朴就文, 16171690)이 남긴 일기... 박계숙은 1605, 박취문은 1644년에 함경도로 파견되어 약 1년간 군관(軍官)으로 복무했는데, 당시의 일상생활을 자세히 기록해 두었다. 일기는 총 79장으로 박계숙 일기가 24, 박취문 일기가 55...

 

이 일기는 울산 박씨의 귀중한 가보로 전문가에게 번역을 맡기면서 내용이 세상에 알려졌는데, 박계숙이 군관으로 함경도 근처에 배치되어 국경 수비를 맡은 때는 1605... 임진왜란의 여파가 아직 남아 있던 상태였다.

 

당시는 무과 시험에 합격한 후 정식으로 발령을 받기 위해서는 함경도와 같은 최전방에서 1년간 근무해야 했다. 지금과 다른 점은 교육 과정이 아닌 지휘자로 들어가 소부대를 지휘하거나 상급자들이 부여한 업무를 처리한다는 차이가 있었다.

 

박계숙은 고향인 울산에서 무진 회령까지 이동했는데, 기록에 의하면 약 80일이 걸렸고 경성에서 약 10일 동안 머무는 동안 일행과 경성을 돌아다니다가 한 여인에게 수작을 부린다.

 

여인도 싫지 않았는지 자신의 이름은 애춘이고 나이는 스무 살이라고 알려준다. 그러나 그날은 숙소에서 저녁까지 함께 놀면서 여자를 가까이 않겠다는 생각으로 대화만 나눈다.

 

다음 날, 애춘은 16살의 금춘이라는 여자와 함께 박계숙을 다시 찾아오는데, 그는 외모가 예쁜 금춘이가 바둑이나 가사 같은 기예에도 능하고 가야금도 잘 다룬다고 적어 놓았다. 이날도 그냥 일행들과 술을 마시며 밤을 지새웠지만 잠자리는 하지 않았다.

 

다음 날도 애춘과 금춘은 자신들을 비천하게 여기지 말라며 다시 찾아와 그날 밤, 박계숙과 금춘은 잠자리에서 정을 나누었고 술을 마신 동료 역시 애춘과 잠자리를 한다.

 

그 후 박계숙은 회령에 도착, 본격적인 병영 생활을 시작하는데 자신은 활쏘기 시합에서 1등을 해서 상품을 받았지만, 동료는 꼴등을 해서 광대 옷을 입었다는 사실과 기생과 술을 마시고 하룻밤을 보냈다는 기록도 남긴다.

 

한편, 아들 박취문의 경우 1644121일 자로 발령받아 계획한 듯 11일부터 머무른 숙소의 여 노비와 동침을 했고 15일에는 주인집의 여 노비인 분이를 품었고 16일과 17일에도 미색이 뛰어난 주탕 춘일이와 옥춘이와 동침한다.

 

주탕은 관청 소속의 여자 종으로 술집에서 접대와 함께 잠자리까지 담당했던 여성... 이후 22일에도 주탕 향환을 26일에는 20살인 주탕 예현과 동침하고 30일에는 기생들과 술을 마시고 기생 연향과 잠자리를 한다.

 

새해가 밝고 12일 날은 소문난 기생 건리개 이야기를 듣고 눈길을 무릅쓰며 찾아가 동침하지만, 12일을 기점으로 약 한 달 동안 잠자리를 가졌다는 기록이 없다.

 

12일 새벽, 기생 건리개와 잠자리를 가진 그는 창밖에 내리는 비를 바라보며 시를 주고받고 있었는데, 대뜸 건리개가 기생 연향과 잠자리를 가진 적이 있냐고 묻고 그렇다고 대답하자 벌떡 일어나 옷을 챙기다가 통곡을 한다왜냐하면, 연향이 당창... 즉 매독에 걸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치료를 하느라 약 한 달간 성관계를 자제한 것이었다.

 

그리고 한 달이 지난 25일에는 이상이 없었는지 숙소의 여자 노비 예제와 잠자리를 가졌는데, 엄청 잘해서 아주 통쾌했다는 기록까지 남긴다. 이 일기의 기록을 보면 조선 시대의 성 풍속은 우리 생각보다 훨씬 자유로웠단 생각이 든다.

 

회령에 도착한 박취문에게 주어진 직책은 조총 제작 책임자... 그래서 일기에는 조총 제작에 대한 기록도 자세히 담겨있다. 덕분에 부북일기는 당시 군부대의 무기 제조 실황을 엿볼 수 있는 기록이기도 하다.

 

당시 박취문과 같은 군관들에게는 방직기라는 여성들이 배치되었다. 신분상으로 양반급이었던 군관들의 세탁이나 숙식에 도움을 주고자 일종의 가사 도우미를 붙여준 것...

 

그러다 보니 당연히 서로 눈 맞아 사랑을 나누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리고 방직기에는 주로 기생이나 사노비들에게 제안했는데 만약 거절하면 군관들에게 처벌받았다이 부북일기에는 기생과 동침하기 위해 유혹하던 멘트까지 남아 있을 정도로 디테일하게 기록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