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 장수의 입담이 발기부전 치료제의 광고가 된 세상.
1980년대, 시골의 5일 장터가 열리면 음탕(?)한 말빨로 장터에 들른 시골 영감님들의 시선과 관심을 모은 뒤, 뱀을 팔거나 엉성하기 짝이 없는 검은 환으로 만든 소위 정력제라는 약을 팔던 뱀 장수 아저씨를 볼 수가 있었다.
이 뱀 장수 아저씨의 적나라하고 현란한 입담이 얼마나 귀에 콕콕 들어오던지 아직도 그때 들었던 언어들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자아... 날이면 날마다 오는 것이 아닙니다!!! 저기 저 아저씨, 하체에 힘이 없고 오줌을 발등에 지리시는 분... 이 배암 너댓 마리만 고아 잡솨 봐... 당장 오줌빨이 담장을 넘어가... 담벼락을 향해 쏘지 마. 오줌 발이 담 넘어가! 한 번만 잡솨 봐... 내일 아침, 반찬 가짓수가 달라져... 어이... 저기... 애들은 가라!!! 애들은 가!!!
그러나 오랫동안 시골 장터의 한구석에서 목청을 높이던 뱀 장수 아저씨는 1999년부터 알약으로 만들어진 발기부전 치료제가 시판되기 시작하자 장터에서 자취가 사라져 보기가 힘들어졌다.
지금은 시골 장터의 뱀 장수 아저씨를 밀어내고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이 춘추전국시대를 맞았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외국산 제품과 다양한 토종 카피 제품이 이 시장에 뛰어들어 ‘세우기 전쟁’이 대단히 치열하다.
그런데 그 제품들이 자랑하며 내놓은 광고문구를 보면 예전 시골 장터에서 외치던 뱀 장수 아저씨의 입담과 어딘가 비슷하다는 느낌이 든다.
그러니까 비아그라의 광고문구는 ‘원조가 누구여? 바로 나여!’라고 하고 있고, 시알리스는 ‘일단 오래 하는 것이 장땡이여!’, 레비트라는 ‘쓸데없이 길어서 뭐 해. 부작용 없고 강해야지’, 자이데나는 ‘신토불이, 한국인 체질에 맞게 딱 12시간’, 엠빅스는 ‘다 필요 없어. 남자는 힘! 국제 세우기 지수 최고 점수’라는 문구를 들이대며 애들은 가라고 외치고 있다.
하지만 발기부전 치료제는 말 그대로 치료제일 뿐 정력제는 아니다. 멀쩡한 사람이 사용하면 의존성이 생길 수 있어 사용해서는 안 된다.
이제는 예전의 힘껏 외치던 뱀 장수 아저씨 말을 듣지 말고 정말 필요하다면 반드시 전문의 소견에 따라 처방을 받아 정확하게 사용해야 한다. 사랑하는 일도 과유불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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