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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퍼 효과, 익명의 말과 행동은 양날의 칼.

화별마 2023. 8. 16. 16:28

루시퍼 효과 이미지

루시퍼 효과, 익명의 말과 행동은 양날의 칼.

 

익명은 이름이 없는 경우를 말하는데, 이름이 있고 없느냐에 따라 사람의 행동은 현저하게 차이를 보인다. 조선 시대 세종은 귀족들만 사용할 수 있던 고려 분청사기를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허락했다. 그러자 전국에서 조잡하게 만든 가짜 분청사기들이 범람하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을 알게 된 세종은 분청사기를 만든 사람의 이름을 분청사기 바닥에 새기도록 명을 내린다. 그러자 가짜 분청사기가 사라져 버렸다. 자신의 이름과 명예를 걸고 만드는 것이니 엉터리로 만들 수가 없었던 것... 이것이 바로 요즘에 말하는 브랜드이자 이름의 위력이다.

사실 익명으로 하는 말과 행동은 양날의 칼... 선의로 사용하면 한없이 귀하지만 악의적으로 사용하면 사람을 죽게도 한다.


해마다 연말연시가 되면 반드시 등장하는 뉴스 중 하나가 자신의 이름을 밝히지 않고 불우한 이웃을 위해 써달라고 선뜻 거금을 내는 익명의 기부자들... 이들은 익명을 가장 좋은 의미로 사용하는 천사들이며 이렇게 익명이 선행에 사용되면 사람들에게 큰 감동을 준다.


그러나 익명의 다른 면은 나를 감춘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말과 행동이기에 무의식적으로 욕망과 폭력성을 동반하는 경우가 매우 많다.


수사관에 의하면 복면을 한 강도들이 훨씬 더 대담한 법행을 저지른다고 한다. 자신의 얼굴이 노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살인 사건이 일어났을 때 신체 부위가 여러 곳 훼손된 상태에서 특히 얼굴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난자당했다면 범인이 누구인지 경험적으로 프로 파일러는 안다고...


범인은 피해자와 아주 잘 알고 아주 가까운 사람이다. 얼굴을 잘 아는 사람일수록 더 잔인하게 죽인다는 것이다. 이것이 익명의 세계다.

 

지금의 인터넷은 이름을 숨기고 마음껏 서핑할 수 있는 비밀의 바다이다. 온라인 카페를 서핑하다 보면 익명의 게시판이 온통 욕설과 비방, 음담패설, 언어폭력으로 난무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렇게 익명이 보장되는 가상의 공간에서는 자신을 통제하기가 현실보다 어렵다. 오프라인에서 억눌렸던 잠재된 욕망이 익명의 공간을 통해 분출되기 때문이다. 인터넷 공간에서 온갖 악플을 달고 조폭처럼 행동하는 사람들을 잡고 보면 그렇게 순하고 착한 사람이라 수사관도 놀란다고... 익명의 공간이 해방 공간인 셈이다.

심리학 용어 중에 루시퍼 효과라는 것이 있다. 루시퍼는 빛을 내는 자 혹은 샛별이라는 의미로 신으로부터 가장 사랑을 받던 천사였지만, 오만해져 하나님에게 반기를 들었다가 천상에서 추방되어 사탄이 된 존재다.


루시퍼는 훌륭한 인격을 가진 존재였지만, 동시에 추악한 모습도 가지고 있었다. 이 말은 선한 모습의 인간에게도 반드시 악한 모습이 어딘가에는 숨어 있다는 의미다.

 

스탠퍼드 대학 심리학자 스탠리 밀그램과 필립 짐바르도는 인간이 선한 모습으로 행동하느냐 악한 모습으로 행동하느냐는 인간의 본성이 아니라 상황이라고 말한다즉 평범한 사람을 죄수와 간수로 나누어 역할 분담을 시켰더니 시간이 갈수록 간수는 포악해지고 가학적으로 변했다. 완장을 차면 달라진다는 것이다.

또 유대인 600만 명을 포함해서 수많은 사람을 학살했던 나치인들 모두 원래부터 악한 사람은 아니었다. 더 아이러니한 것은 현대적인 동물보호법을 만든 사람이 바로 히틀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