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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머신, 원래 어디서 쓰던 물건일까?

화별마 2023. 12. 28. 13:14

러닝머신 이미지

러닝머신, 원래 어디서 쓰던 물건일까?

 

러닝머신은 헬스장에 가지 않아도 집에 들여놓고 할 수 있는 운동기구... 열심히 뛰다 보면 엄청나게 땀이 나서 운동 효과도 좋다.

 

러닝머신은 말 그대로 달리는 기계라는 의미로 우리나라에서는 러닝머신이라고 부르지만, 영어권에서는 밟다라는 뜻의 트레드(Tread)분쇄하다는 뜻인 밀(Mill)을 합쳐 트레드밀(Treadmill)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러닝머신은 원래 19세기 영국에서 수감자들을 처벌하기 위해 사용된 고문 기구였다.

 

당시 영국에서는 죄를 지은 범죄자들은 사형이나 교도소 수감 생활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었다물론 죄에 경중에 따라 선택 여부가 주어졌을 것이고, 대부분의 죄수들은 목숨을 부지할 수 있는 수감 생활을 선택했다.

 

하지만 이 때문에 교도소는 죄수들로 가득 차서 비위생적 환경이었고, 통제되지 않는 난폭한 죄수들은 교도소의 큰 골칫거리였다.

 

1778년 중노동법이 통과되자 수감 중인 죄수들은 모두 노동해야 했는데, 많은 죄수를 더 강력하게 통제하기 위해 트레드밀이 만들어진 것...

 

1818년 영국 기술자 윌리엄 큐빗은 통제와 생산력 증대를 위해 이 기계를 고안했는데, 원래는 농장에서 곡물을 빻는 등 회전력을 이용한 농기구였다.

 

트레드밀은 수감자 10~20명이 가로로 눕혀진 거대한 원통을 밟아 돌리는 형태로 제작, 죄수들이 바퀴에 올라 마치 계단을 오르듯 제자리에서 한 걸음 한 걸음 위로 오르면 거대한 바퀴가 돌아가는 방식...

 

초기에는 수감자들도 트레드밀 사용을 별것 아니라고 보았지만, 얼마 후 트레드밀이 수감자들에게 고통을 주는 형벌 기구라는 알게 된다.

 

수감자들은 주 5, 하루 6시간 동안 트레드밀을 올라야 했는데, 이는 에베레스트산 절반 높이를 매일 오르는 것과 맞먹는 수준...

 

거기에 열악한 환경 속에서 식사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 이들에게는 더 견디기 힘든 고통이었는데, 나중에는 죄수들 사이에 칸막이까지 설치, 대화도 하지 못하게 했다.

 

체력적인 한계와 트레드밀의 단조로움은 수감자들을 공포로 몰아넣었고 이로 인해 난폭한 수감자들도 통제할 수 있게 된 것...

 

이렇게 트레드밀이 죄수를 통제하는 데 효과가 좋다는 소문이 나자, 영국 전역의 교도관들에게 형벌 도구로 각광을 받았고, 50곳이 넘는 교도소에 도입된다.

 

그 후 미국에도 전파되어 수많은 교도소에 설치되었는데, 이 기계는 노동을 통해 생산력 증대에 효과가 있다거나 죄수 통제에 필요한 적정량의 고통을 주는 정도가 아니었다.

 

결국 죄수들에게 심리적이고 지속적인 고통을 가하는 인권 침해 요소가 커서 1898년 교도소 법이 통과되면서 트레드밀의 사용이 금지된다.

 

그렇다면 이 기계가 운동용 러닝머신으로 변심한 것은 언제였을까? 1952년 로버트 브루스 박사와 웨인 퀸튼 박사가 의료용 기기로 트레드밀을 심장과 폐 질환 진단 도구로 개발했다.

 

당시 이 기계는 의과대학에서 사용되는 첨단 의료 기구였고 가격도 엄청 비쌌는데, 1970년대에 이르러 운동기구로 각광을 받는다.

 

케네스 쿠퍼 박사가 1968년에 발간한 자신의 저서 에어로빅에서 유산소 운동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트레드밀이 운동기구로 활용될 수 있다고 제안한 것...

 

이런 제안에 영감을 얻은 미국의 엔지니어 윌리엄 스토우는 트레드밀을 많은 사람이 이용할 수 있는 운동기구로 개발했는데, 이후 미국에서 불었던 조깅 열풍에 힘입어 운동기구로 주목을 받으며 대중화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