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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재테크에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이유 (2)

화별마 2023. 8. 28.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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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재테크에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이유 (2)

 

물가 상승률만큼 월급이 올라간다면 또 물가 상승률만큼 재산이 늘어난다면, 재산의 가치를 불리지는 못했지만, 최소 유지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대다수 사람들은 이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하겠지만 아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런 본전 치기가 되려면 물가 상승률과 나라의 경제 성장률을 합한 숫자만큼 올라야 한다.

 

물가가 5% 오르고 경제 성장률이 7% 정도 되었다면 적어도 12%가 늘어야 제자리걸음 한 것이다. 그 이유는 경제 성장으로 과거에는 없던 새로운 재화나 서비스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재테크라고 부르는 재산 불리기의 목표는 물가 상승률과 경제 성장률을 합한 숫자만큼 수익률을 올리는 것이다. 그래야 최소한 본전치기를 할 수 있다.

 

그런데 어떤 시기에도 물가 상승률과 경제 성장률을 합한 숫자를 확정 수익률로 지급하는 재테크 상품은 없었다.

 

그런 상품을 내놓을 수 없는 이유는 간단하다. 물가 상승률은 호수에 띄워 놓은 배와 같아 호수의 물이 불어나면 그만큼 배가 높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시중에 풀린 돈의 양이 많아지면 물가는 저절로 올라가고 이자 역시 물가 상승률에 따라 연동되기에 은행에 예금하면 물가 상승률만큼 이자가 붙는다.

 

그러나 경제 성장률까지 은행이 보장해 주기 어렵다. 만약 그 부분까지 은행에서 확정 금리로 보장을 해 준다면 누가 밤을 새워 연구하거나 신기술을 개발하겠는가.

 

은행은 정기 예금으로 돈을 모아 그보다 높은 이자를 붙여 대출한다. 여기서 생긴 이자 수익이 은행의 주 수익원이다그래서 은행이 빌려주는 돈의 이자율은 은행이 돈을 맡긴 사람들에게 지급하는 정기 예금 이자율보다 당연히 높다.

 

따라서 은행에서 정기 예금 이자로 물가 상승률과 경제 성장률을 합한 만큼의 이자율을 보장한다면 은행에서 빌려주는 대출 이자는 경제 성장률과 물가 상승률을 더한 숫자보다 높아야 한다.

 

그런데 대출 이자가 경제 성장률보다 높다면 기업이 은행 대출을 받을 이유가 없다. 대출을 받아 경제 성장률만큼 효율을 높여도 그 부분을 이자로 내면 오히려 수익이 마이너스가 되기 때문이다.

 

이런 구조 때문에 은행은 물가 상승률과 경제 성장률을 더한 만큼의 수익을 보장해 주는 정기 예금을 팔 수 없는 것이다.

 

또 그런 이유로 재테크 상품들이 보장하는 수익률이나 이자는 항상 물가 상승률과 경제 성장률을 더한 숫자보다 낮다.

 

여기서 한 가지 사실이 분명해진다. 돈의 가치를 유지해 주는 확실한 재테크 상품은 어디도 존재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우리가 재테크라고 부르는 갖가지 수단은 냉장고와 비슷하다. 냉장고에 채소를 넣어 두면 채소의 신선도를 비교적 오랫동안 유지할 수는 있어도 채소를 더 신선하게 만들지는 못한다.

 

재테크 역시 돈의 액수를 불릴 수는 있지만, 그 액수가 가진 가치 자체를 불리는 일은 대단히 어렵다.

 

어쩌면 노후를 대비하거나 미래의 어떤 계획을 위해 돈을 비축해 둔다는 목표 없이 돈의 효율성이나 소비의 가치만을 생각한다면 지금 가진 돈을 지금 다 써 버리는 것이 가장 현명한 소비일지도 모른다채소를 냉장고에 넣지 않고 가장 신선할 때 섭취하는 것이, 가장 몸에 좋은 영양소를 섭취하는 것처럼...

 

과거는 과거이고 미래는 미래일 뿐, 오늘을 즐기고 지금을 충실하게 사는 것이 최선임을 재테크가 알려 준다. 하지만 돈의 가치가 떨어져 본전 치기는 안 되어도 노후를 위한 비축만은 반드시 해두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