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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동통신회사는 기존의 고객을 역차별할까?

화별마 2023. 8. 26. 10:47

이동통신회사 이미지

왜 이동통신회사는 기존의 고객을 역차별할까?

 

우리나라 이동통신회사들이 휴대폰 보조금을 지급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것은 높은 보조금을 지급해도 고객을 확보하면, 그 고객의 휴대폰 요금 때문에 결코, 손해 보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식당은 고객 한 명이 더 오면 음식의 재료비가 더 들어가지만, 이동통신사는 고객 한 명이 늘어도 기존 시설을 그냥 활용하기에 추가 비용이 없다.


물론 이동통신사들도 보조금 경쟁이 즐겁지 않다. 규제가 생기기 전 우리나라 이동통신회사들이 새로운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쓴 보조금이 연간 약 8조 원이나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이동통신사들은 기존 고객을 지키려고 하지 않고 오히려 역차별하는 걸까?

어차피 이동통신 3사가 서로 고객을 빼가기 경쟁을 벌이는 구조에서는 기존 고객 한 명을 지키는 것과 남의 고객 한 명을 빼오는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그리고 기존 고객에게 이동통신사를 갈아타는 고객에게 주는 것과 같은 혜택과 편의를 제안한다면, 같은 비용으로 충성도가 높은 고객을 확보하고 자사 이미지를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되는데 말이다

 

이동통신회사들은 기존 고객에게 제안은 커녕, 오히려 역차별하는 이유가 따로 있다.


예를 들어 고객이 처음 휴대폰을 장만하면, 휴대폰 할부금을 내는 24개월 동안 그 이동통신사의 고객으로 계속 남겠다는 약정을 하게 된다.

 

이동통신회사는 약정 기간 동안 해당 고객에게 월 15천 원의 요금 할인 혜택을 주었지만, 약속된 약정 기간이 지난 고객은 갑자기 휴대폰 요금이 15천 원가량 올라간다.

 

그 이유는 약정 기간이 지나 더 이상 약정 할인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최근에는 약정을 신청하지 않아도 요금 할인을 해주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 그러나 과거에는 약정 기간이 지나면 할인 혜택이 완료된다는 사실을 모르는 고객이 대다수였다.


이때 갑자기 요금이 올라간 사실을 안 고객 중 상당수는 보조금을 받고 다른 이동통신회사로 가버릴 것을 몰라서 이동통신사들이 가만히 있는 것일까?

 

아니다. 우리나라 휴대폰 가입자의 40%가 호갱님들이기 때문이다. 약정 기간이 2년이면 3,500만 명 정도가 새 휴대폰을 장만하는데,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은 약정이 끝나도 휴대폰을 바꾸지 않는다.


또 이들은 휴대폰을 바꿔 달라고 또 요금 할인을 요구하지도 않는다. 이동통신회사 입장에서는 이들이 호갱님으로 남아 있는 한 무슨 혜택을 주겠다고 알려주는 것이 오히려 손해다.


물론 이동통신사들이 고객 중 불만을 표하고 경쟁사로 떠나는 사람을 골라낼 수 있다면 보조금을 주며 남으라고 제안할 수 있지만, 그런 고객을 골라낼 방법이 없다.


그리고 기존 고객들을 붙잡아두려면 기존 고객 전체를 대상으로 다시 보조금을 지급해야 하는데, 잔류의 대가로 보조금을 전부 주려면 한꺼번에 너무 많은 비용이 든다.

 

그래서 이동통신사들은 보조금을 무차별적으로 살포하느니 차라리 판매점에서 새 휴대폰을 사려는 고객들에게 집중적으로 보조금을 제공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고객이 무조건 휴대폰을 바꾸는 것이 이익인 것을 알아차리면 기존 고객도 새로운 형태의 어떤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똑똑한 소비자가 시장을 바꾼다.